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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는길....


BY 아침햇살 2003-04-07

어릴적 뛰놀던 고향산천을..

강줄기 따라 학교 다니던 그 길을.

이제 배를 타고 가려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쯤인데...여긴 어딘데...

옆에 있는 동생과 기억을 되살려보려 애쓰지만,

추억속에 고향은 그대로인데,

보이는 풍경은 추억마저 흐리게 합니다.

마을터는 온통 대밭이고, 보이는 건 오직

넘실대는 물뿐이니...


매년 4월 첫째주 일요일은 고향에 잠들어계신 조상들께

시제를 모시는 날입니다.

고향이 없어진후, 어르신들이 정해놓으셨죠.

집성촌이었던 고향마을은 이렇게 정해놓으니,

해마다 그 날이면 전국에 흩어져 살던 일가친척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답니다.

날짜가 다가오니,

아버지의 전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꼭 참석하라는 당부말씀과 더불어.....

잘 난 딸래미도 아니고, 시집간 딸이

친정 시제에 굳이 참석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아버지 깊으신 속마음을 딸래미가 모를리야 있겠습니까.

옛날처럼 한 동네 살았으면,

매일 보는 얼굴들이라 굳이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촌수가 어찌 되는지,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다 알 수가 있는데, 지금은 그럴수가 없으니,

집안 행사에 자주 참석해서 얼굴을 익히라는 말씀이시죠.

지금이야 아버지 살아 계셔서 일일이 인사를 시키시지만,

돌아가시면, 영영 남남으로 살거라는 거죠..

아버지는 그것이 제일 걱정이신가 봅니다.

언제가 그러시데요.

행여 어디가다가 다른사람과 시비가 붙거든,,

먼저 고향이 어딘지...성씨가 뭔지 물어보고 다투래요...

웃고 넘길 수 없는 아픔이랍니다....고향을 잃어버린....


이십 여년이 지나고 보니,

먼 길 가신 어르신들이 많아 지고,

마을 앞산엔 죽어서나마 고향을 보시려 찾아오신

어르신들의 무덤이 늘어만 갑니다.

그렇게나마 고향잃은 설움을 달래려 하신가 봅니다.


배를 타고 가는 내내.....

주위를 일부러 둘러보지 않았답니다...

추억속의 고향을 잃어버릴까봐...

지금 보이는 풍경에 적응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