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는 울울한 숲이 우거져 있고
앞으로는 투명한 물살이 일렁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오지에서 살고 싶다.
거기 오두막집일 지언정 지금의 내 구석방같은
작은 서재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피곤할 때 그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유인으로 맘껏 하품도 하고 싶다.
앞뜨락에 피어난 야생초에게 잘 잤냐고
더이뻐 졌다고 살짝 귓속말을 해줄 수 있는
싱그러운 아침을 맞고 싶고
점심이면 마당 구석에 수북히 웃음짓는
상추 몇잎 뜯어서 밉지도 않은 사람 눈 흘기며
꾸역대고도 싶다.
저녁때면 장작불 활활 피워서
허연연기 굴뚝으로 내보내고 시커멓게
그을린 감자 ,고구마 내창자속으로
채워넣으며 포만감에 깔깔대고도 싶다
밤하늘에 무수히 수놓인 별들을 헤집으며
저건 옛날에 내 이웃집 꼬마의 별이었고
저 유난히 빛나는 별무리들은 또 우리언니의 별 이었다고
일일이 주인을 만들어 주고도 싶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웃고 싶을 때 맘껏 웃을 수 있고
울고 싶을 때 엉엉 거릴 수 있는 절대
자유가 보장된 곳에서 나 정말 새털처럼 가볍게 살고 싶다.
나를 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착한 벌레와
앞자락에 펼쳐진 투명한 냇물과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바람과
솜털구름 뭉치와 그렇게 자연속에
동화되어 그 아무의 간섭도 관심도 없는
무한한 자유의 공간에서 퍼질러 살고싶다.
회색의 도시가 주는 체면과 허풍과
그리고 얕은 지식과 억압을 모두 팽개쳐 버리고
본연의 자연 그 모습으로 안주하고 싶다.
내 생명이 다 소진되는날 나 저 늙은 소나무의
자양분이 되고 싶다. 나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