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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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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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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될뻔한 우리 선생님


BY 사피나 2001-08-18

내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3학년 막 시작해서였다
새학기가 시작되어도 오시지 않는 담임선생님때문에
우리 3학년은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 하셨고,,,,,,,,

애들 청소하는데 교탁위에 올라앉아서 발을 까딱거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교실로 들어오셨다

너 왜 딴 애들은 청소하는데 거기 앉아서 책 읽냐?

나는 그 아저씨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나 그 신발 벗고 와요,,여기 교실이예요
라고 샐죽히 얘기하고나서 그냥 책을 읽었다.

다음날은 전교생 조회날이었고,,,,
전교생이라고 해야 한학년에 한반씩인 우리 학교 애들 모두 모인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3학년 여러분 선생님이 안오셔서 여러분 슬펐죠?
오늘 선생님이 오셨어요.
자 담임선생님 이리로 올라오세요...

으악 이럴수가
아니 저 아저씨가왜 저기를 올라가는거야?
저 아저씨가 그럼 우리 담임 선생님?
이제 내 인생은 끝이구나

어쩌려고 선생님 앞에서 청소도 안하고 책이나 읽고 그랬을까?
거기다 말대답까지 틱틱해놓고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
우리들을 쓱 ?어 보셨다,,,,,자라목이 되어서 숨으려는데

학생 넌 이름이 뭐냐?
저요?
전 정 귀복인데요,,,,,
그래 어째 당나귀정씨라 그래 고집통이군

반 아이들이 뒤집어 지면서 당나귀래 당나귀,,,히히히히
그래서 그 순간부터 내 별명은 당나귀가되었습니다

정 당나귀,, 정 당나귀
애들의 놀림을 당하게 한 선생님이 너무나 미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쳐다보지도 않고 반항만 하게 되었어요

숙제도 안하고 공부시간에 대답도 안하고

그러던 어느날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험지에 선생님이 이렇게 써놓으셨더군요

귀복아 놀려서 미안하다
그냥 책읽던 네가 너무 이뻐보여서 그런건데 화 풀고 우리 사이좋은
선생님과 제자가 되자

그 시험지 하나로 전 선생님과 화해를 했습니다
사택에 계시던 선생님은 아예 우리집으로 짐을 옮기고
선생님과 한지붕 생활이 시작된거죠

선생님은 절 막내 며느리 삼는다고 항상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을 했구요
선생님 그건 선생님 맘대로 되는게 아니예요
남자랑 여자는요
누가먼저 배신을 할지 모르는거예요 라고 했지요

방학을 맞아 집에 다녀오신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귀복아
우리 아들이랑 너는 천생연분이다
우리 아들도 너랑 똑같은 말을 하더라
누가 먼저 배신을 할지 모른다고,,,,,,

3학년이 지나고 선생님은 전근을 가셨습니다
4학년땐 선생님 전근하신 학교로 우리 아버지랑 선생님뵈러도 다녀
오기도 하고
줄곧 편지가 오갔습니다.

엄마가 매일 놀리셨어요
니가 만일 선생님 막내 아들이랑 결혼하면
시아버지랑 연애편지 주고받으면서 결혼한 처음사람이 되겠다라고요

그 편지가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 아세요?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해서 우리 신랑이랑 연애할때까지
계속이 되었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을 하던 날 그집 막내아드님이 드디어는 편지를
보냈더군요..
잘 생긴 외모에 멋진 필체로 아주 멋진 시 한편을 써서

우린 수줍게 서로 편지를 주고 받기를 두 세번 했습니다
사진까지 서로 보내고 막 풋풋한 연애를 시작해 보려던 그 순간에
전 지금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맏딸로 자라서 어리광이라고는 부려보지도 못하고 자란 나는 모든것을 다 받아주는 이 사람에게 정신없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이 싫어해서 선생님과의 연락도 다 끊어지고 선생님이랑 찍은
사진도 다 없애고 선생님 막내 아드님 사진도 다 없애고,,,,,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젠 어쩌다 한번씩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그 사람을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가보지못한 어쩌면 걸어갔을 내 또다른 인생을 생각하는것이지요.

그 사람이랑 살았더라면 어떠한 생활을 했을까?
어떤 얼굴로 지금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가보지 않은 나의 또다른 인생을 생각하다보면 제게 너무 많은 정을 주신 선생님이 생각이 납니다.
제게 그렇게 많은 정을 쏟아 부으셔서 막내 며느리를 이뻐하시면서
사시는 지도 궁금하구요.

지금은 춘천에 살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

잘 지내시는지,건강하시기는 하신건지,이쁜 막내 며느리 보셔서 사랑듬뿍 주시기는 하시는지 모든것이 다 알고 싶어지는 그런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