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우리 담임선생님께서요
'이 녀석들아, 실력없는 너희들 못 가르치겠다'하시잖아요"
그래서`?
"똑똑한 제가 한 말씀 드렸죠."
뭐라했는데...?
"'선생님!
실력 없는 녀석들을 잘 가르쳐서
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 줄 아시는 선생님이
정말 실력있는 선생님 아닐까요?'라구요"
뭐야???
그래서, 선생님께서 화 안 내시던?
"에~~이, 다 할 만 하니깐 하지~
우리 선생님은 날 얼마나 이뻐하시는데~
'이 녀석아! 너 보고 한 얘기 아냐!!'하시던데요, 뭘...
틀린 얘기 아니잖아요~ ㅋㅋㅋ"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다.
그렇게 말 끝마다 대꾸하는 애들
얼마나 얄미운 지 아니?
엄마는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별 말썽을 안 부려서
선생님들께서 모두 이뻐하셨거든.
앞으로는 그렇게 쓸 데없이 난처한 질문은 하지 마라.
"네~에"
씩씩하게 대답하며 돌아서는 아들넘 등 뒤에
모전자전이라 씌어 있는 거 같아 혼자 킥킥대며 웃었다.
삼십여년 전.
과학 시간이었지 아마...
담당 선생님께서 칠판에 원소 기호를 써 놓고 외우라 하셨다.
앞으로 고등학교 이후까지도 필요한 것들이니까...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수소...
모두들 웅얼웅얼 외우는데
유난히 목소리 낭랑하던 나, 외우다 장난기 발동.
올소!
질소!!
이산화탄소!!
변소(화장실)!
푸소!!-그 때는 다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이었다-
돈 없소!!!
낼 오소!!!
<모두 각 단어마다 스타카토를 주어 힘 있게 외웠다>
아이들은 박장대소하고
막 부임해 오신 순진한 총각선생님 얼굴은
금새 홍당무가 되셨다.
그 날 오후 통학차 안에서 그 선생님께 팔뚝 꼬집혔다.
'요녀석! 또 골탕 먹일래, 안 먹일래??"
에고고고, 그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여라...
지금쯤 할배 안 되셨을까 몰라...
난 지금도 원소 기호는 기가 막히게 잘 외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