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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0


BY 후리지아 2001-08-18

밤을 새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생각했습니다.
작은녀석이 링거한병을 맞는동안 생각을 많이 했지요.
이렇게 아픈 아이가 선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진정 원하시긴 하실까...
어느것 하나 내게 선명한 것 한가지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살아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작은녀석은 짧은 일정의 일본 선교여행을 다녀오면서
병이 생겨왔습니다. 부자나라에 가서 장염이란 것을 얻어
왔지요, 녀석 말로는 가난한 나라에 갔더라면 탈이 나지
않았을텐데 라고 말을 합니다.
혈색이 조금씩 좋아지는 아일 보면서 그래 지금만 아프고
다시는 아프지 말거라... 속엣말을 중얼 거렸습니다.

천둥,번개치는 밤을 보내며...
세상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세상속에서 삶을 지탱 할 수
있는 희망하나만 있어도 귀한 씨앗이 됨을 알았습니다.
제우스의 선물인 판도라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아마도 세상은 살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자안에서 미쳐 나오지 못한 희망,헛된 희망때문에 구차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비개인 아침하늘은 신선해 보였습니다.
세상의 먼지를 밤새워 쓸어내고 닦아낸 비에게 감사하다 해야
할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감사하단 인사를 건네지 못했습니다.
비는 이미 먼 곳으로 가벼려 제 인사를 받을 수가 없었지요.
비가 아무리 애쓰며 쓸어내었어도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금새 어지러지고 맙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 살면 안될텐데 싶어서...하긴 저도 그렇습니다.
저역시 똑같은 인간이기에 세상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잘못을 많이하고 산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부끄럽습니다. 왜 이렇게도 부끄러운것이 많은지...
그렇습니다. 잘난척하며 사는것 보다는, 늘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그래야 좀 잘 살아 낼 수 있을것 같거든요.

친구가 미국에서 귀국을 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 몇명의 친구가 만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지요...
링거를 한병 맞아야 했으니...
그렇군요! 언제 부터인지 친구들 모임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녁시간 밖에 낼 수가 없는 저이다보니 낮에 만나는 친구들
틈에 낄 시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속상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주어진 몫에 따라 사는 것이기에...그래
내 몫은 이것이지...하며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씩은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한것 같은데 저만 불행해
보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골고루 갖추어진 조건을 내세우며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제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때문에
우울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친구를 만나지 않은 이유가
그런것들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 이란것 때문에...
어느날 부터인지 친구들에게 집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집에 오겠다하면...제가 밖으로 나가 만나고 들어옵니다.
비슷한 생활로 살때는 집으로 몰려다니며, 열무김치, 보리밥을
해먹고, 한나절을 수다떨며 놀았습니다.
전 밑반찬을 친구들에게 나어주 주길 좋아했습니다.
친구들 식성을 아니...누구에겐 깻잎절임을, 누구에겐
무청김치를, 누구에겐 무말랭이무침을...
친구들은 제집에 와서 밥먹는 것을 참 좋아했지요.
김치가 맛난집이라고...
몇년동안 친구들 밥한끼 해먹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사는것은 아닌데...

아이가 아파도 편하게 앉아 죽한그릇 만들어 먹이지 못하고
산지가 몇년이 되었습니다.
정말은 이렇게 사는게 매일 힘들어 죽을지경인데...
한번도 내색을 하지 못합니다. 어깨에 지워진 짐을 함께 할
사람이 아직은 없어서 이지요...어쩌면 나누어 져준다고
하면서 상대의 것을 나누어 가지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무게로 지게 될 수도 있으니 늘 신중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상에 없어지는 것이 하나둘씩 늘어 나면서 사람들 마음에서도
하나씩 하나씩 잊혀져 가는것이 늘어 나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망각이 시작되어서는 아닐까요...
그렇겠지요, 사람에게 망각이라는 것이 없이 기억만 존재한다면
사람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 갈 수가 없을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은 잊는
것은 아닌지...이것이 사람사는 모습일 것입니다.
사람이라서 섭섭하게 할 때도 있을것이고, 불편하기도 할 것입니다.
불편해도 섭섭해도 조금씩 양보하고 참아야 하는것은 아닐지...

몇일을 앓고난 녀석은 생각이 좀더 자라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다른것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될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나니 아무런 걱정이 없겠구나 안심이 되었습니다.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는 제가 걱정하지 않아도
제 몫을 스스로 잘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그저 어미로써 든든한 울타리만 되어주려 합니다.

산다는 것은...
어미는 어미의 자리에서 역활을 다하고,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서 자식의 도리를 다하며 사는것처럼,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