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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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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에...


BY 풀씨 2000-09-17

태풍이 동반한 비에 씻긴 하늘은 마알간 얼굴을 드러내고

날씨는 많이 선선해져서 긴 팔소매 옷도 이젠 제 계절옷마냥

어색하지 않다

추석전날 시댁가는 길 에 보았던 들녘엔 알곡을 매단 벼들이

비를 맞고 있었는데 이번 바람에 잘 견듸었는지 많은 손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예전에 이맘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는 콩잎이 우거진

논둑에서 새를 ?고 계셨다

벼 이삭이 고개가 무거운듯 푹 수그린 사이로 작은 참새떼들이

우루루 몰려 다니곤 했는데 할머니는 "후여 후여" 하며 손사래를

치시기도 햇고 논가장자리에 줄을 묶어 바람에 소리를 낼수있는

쇠붙이나 양철조각,그리고 헌 헝겊쪼가리들을 매달아 바람에

흔들리게 해서 새들을 ?기도 햇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잠깐씩 새를 ?는답시고

논으로 나가기도 했는데 가을들판에 서면 고소한 쌀밥내음이

나곤했다

벼메뚜기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살이 통통한 메뚜기가 벼줄기에 붙어있다가 인기척에 후두둑

놀라 다른 줄기에 붙곤했는데 잠시동안 큰 댓병에 한병씩

잡곤했다

메뚜기,여치,풀무치,사마귀, 들에가면 가을 풀벌레가 참 많았었는데

요즘은 보기가 쉽지않다

가을을 풍요롭다고 하는건 논과 밭에서 알알이 영그는 곡식과

야산비탈에서 익어가는 과실 때문만은 아니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좋은 책을 가까이해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것도 풍요로움의 일부일테니까

나날이 높아가는하늘

더한층 가늘어진 코스모스줄기

이 가을엔 나도 책 한권쯤은 꼭 읽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소식 뜸 했던 친구에게 가을편지를 쓰고 싶다

가을이 가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