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슬프다, 여자라서 슬프다.
여자기 때문에 마음 놓고 속에들어 있는 화를 다 풀어 내어 놓아도 여자 답지 못 하고 끙끙대며 참고 살기에는 세월에 묵힌 한이 너무도 많다.
아직 꺽어진 30대 중반인 나도 이런데 5남매를 키우시면서 속이 시커멓다면서 내 속이 멀쩡하지 않다는 그 말 이제는 진짜로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살을 썩으면서 사는 부부도 이렇게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악을 쓰고 이해를 이해를 하고 살려고 해도 때로 곡해하는 부분의 선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비참해지고 초라해지는가...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내가 뭘 그리 잘못을 했는가,,,,
늦게 시작한 학업이니만큼 될 수 있으면 야간대학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해 왔고 성적도 잘 나와서 장학금도 탄 나가 아닌가...
그렇지만 남편은 늘 이렇게 말을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집어치우라고....
나도 남편의 그 말을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생활로 아이들이 엄마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적고 또 시댁과 불과 멀지 않는 거리에 살면서 아침저녁을 시댁에서 해결하는 나로서는 할 말이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어머님께서는 이제 그만 우리 집에서 밥을 해 먹고 다닌다고 하면 웬지 서슬이 퍼렇게 반대를 하시면서 나의 진심을 몰라 주신다.
- 너거 밥 해 먹고 다녀 봐라,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나, 내가 이래 꾸물 대고 밭에 가서 채소며 깨며 오만가지 다 기르고 시장에 내다 팔고 하니까 이래 저래 붙여 가면서 사는 기라...-
물론 어머님 말씀도 맞다...
하지만 남편은 첫째 아들을 낳고 아이를 시댁에 맡기면서 부터 자연스레 아이를 맡기러 가서 아침밥을 먹고 저녁에 찾으러 가면서 또 저녁밥을 먹고 하는 것을 가지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시집을 잘 왔니, 당신같이 펀한 여자가 어디 있는 줄 아느냐면서 위세를 떨친다...
내가 정말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한 여자였든가, 누가 그랬든가 나는 길들여 지지 않는다고...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자꾸 듣다가 보니까 정말 세상에서 나 처럼 편한 여자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시댁에서 눈치밥도 여간한 일이 아니다, 시어머니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쁜날에는 영락없이 아양을 떨어야 하고 어떤 때는 선물로 어떤 때는 현찰로 어떤 때는 맛 나는 찬거리를 사들고 가야 하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미명아래 이제껏 결혼하고 시댁에 바꾸어 준 것만 해도 싱크대, 냉장고, 세탁기, 보일러, 김치냉장고...
내가 이런 것을 생색낼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누가 나의 마음을 알아 주고 동감만 해 주어도....
그래도 야간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이런 모든 것도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물론 남편도 일찍 마치고 힘든 몸으로 직장에서 돌아와 아이들과 10시까지 부대끼는 그 시간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힘이들다, 내가 누누히 남편에게 하는 말이지만 나 혼자만 나중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학교에 간 것은 아니다...
요즘은 π 사회다, 하나의 노하우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이제는 퇴직후의 생활도 기나긴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어릴때 부터 엄마가 생활전선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우리 들을 먹고 살리는 것을 보아 온 나로서는 늘 여자도 집에서 가만히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을 해 왔고 미래에 도퇴되는 자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하고 뭔가 자기의 발전을 위해서 분주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지가 않다, 내 마음을 넘넘 몰라 주어서 속이 상하다, 처음부터 당장 때려 치우라고 아우성이더니 어제도 늦게 피곤에 쩔인 몸으로 들어 갔는데 보자마자 큰 소리다.
-당신의 도대체 어떻게 된 여자야, 주말에 어지간 하면 아이 단계장이라도 사주지, 그런 것도 안 챙기고 뭐 하노-
아차, 단계장이 준비물인가 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학교에 전화 해서 단계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언제쯤 준비를 해야 되느냐고 하니까 아직 단계장을 할지 안 할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방심을 하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 문구점에 가니까 다른 애들은 모두 벌써 사갔다고 하던데..-
라면서 나를 몰아 붙인다...
아, 정말 힘이들다,
남자들은 사랑을 할 때는 그렇게 전부인듯 하면서도 생활의 작은 사건들에서는 너무 무심한 것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것들을 감싸주기에는 우리가 넘 오래 함께 산 것인가, 라는 위험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난 오늘 아침부터 넘넘 슬프다, 나의 사랑이 아직도 적은 것인가, 지아치게 나의 사랑이 편협한 것인가, 울고 싶은 아침이다
나의 가슴은 새처럼 벌써 들썩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