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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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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두들 잘 났어!


BY 박 라일락 200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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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진종일 침대에서 180도의 자세로 앉아서 
  금보다 귀하다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피곤하다는 핑계하나로..
 
  어제아침에 일이다.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전화가 왔다.
  길 떠날 채비가 다 되었냐고.
  태우고 갈 차가 우리 집 쪽으로 가고 있다고..
  다 되긴...
  이제 막 일어나서 눈까풀에 붙은 마른풀도 제거 못했는데..
 
  거래처 횟집 주인들끼리 매달 모임을 가지기를 벌써 몇 년째.
  엊그제 늦은 밤에 총무한테 전화가 따르릉..
  지난달 2월 모임에서 
  새봄맞이 여행갈 날짜를 정했는데 내일이라나..
  지난달은 어떤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더니 
  아마 나 없이 그렇게 결정을 보았는가 보다.
  몽땅 회비로 즐기는 공짜 여행인데 
  이런 기회를 놓치면 그야 당연 바보이지..
  같은 값이면 미리 좀 진작 연락을 주지..
  비록 생긴 것은 강부자 비전이지만 
  며칠 전부터 목욕재배 좀 하고 
  미장원가서 랑 멋 내고 광낼 것인데...
  흐흐흐...그래도 원본이 괜찮으니..
  착각은 자유입니다.

  다행히 얼굴에는 급행으로 임시 도로 포장하였지만
  아침밥 구경은 아예 못하고..
  회원 모두들 횟집을 운영하다보니 
  활어(생선)도 구입해 넣고 길 떠나야 하니
  이래저래 10시가 되어서 출발을 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웬일인지 만장일치로 쉽게 결정되었다. 
  지금 한참 매화꽃 잔치가 벌어지는 섬진강을 낀 매화단지와
  동백꽃이 열정적으로 피고 있다는 오동도로.. 
  다람쥐 채 바퀴 도는 삶의 현장에서 
  잠시 순간이라도 이탈한다는 마음에서인지
  11명이 탄 미니버스 안에는 벌써부터 부어라 마시라 
  희희낙락 술잔이 오고가고..
 
  그런데 말이다...
  경주까지 잘 가다가 한 회원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오네.
  당일 코스로 매화꽃 구경도 좋지만 
  호남 광양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딴지를... 
  남자들은 이미 한잔을 걸쳤으니 될 말 안될 말...말도 많고.
  여자 회원 5명도 의견이 분분하니..
  타고 가는 미니버스가 말로 말 많으니 흔들흔들..
  좀 멀어도 광양 쪽으로 가자고 밀어붙이는 이 뇨자 패거리는 5명.. 
  짧은 하루해를 차만 타지 말고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가서 랑 
  동해에서 나지 않는 곰장어 구이와 
  개불 회를 포식하자는 패거리는 6명.
  아이고..
  의견 충돌로 대갈통 터질 번 했구먼...
 
  우리나라가 어떤 국가인가?
  오!
  나의조국의 배달민족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의 어진 백성인지라..
   현명한 다수결에 의해서 부산자갈치로 기수를 돌렸으니..
 
  애호통제이로다.
  기회는 단 한번인데 매화꽃 방석에 앉다가 말았으니..
  오동도 동백꽃 열정에 기막힌 내 한을 풀고 오려고 했는데 
  모던 것이 허공에 사라지고 말았으니..
  회원 중 몇몇분은 
  부산의 명물인 광안리 대교를 보지 못했으니 보고 싶단다.
  (지난번 부산여행에 이 뇨자는 광안리 대교 왔다리갔다리 했음.
  저 보고 촌뇬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그렇다면 백성이 원한다면 구경 가야지 ...
  두번째 보는 다리인데도 거대한 그 규모에 역시 또 감탄이...
 
  배속에서 민생고 해결하라고 데모를 해서 랑..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우유한잔으로 일단은 아침 요기하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젊은 기사양반이 아마 부산 초행길이었나 봐..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차안에는 부산지리 아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랑.. 
  고가도로 중간에서 우회전으로 빠져야 하는데 직진을 하였으니...
  가고가도 뉴턴 표시는 나오지 않고...
  우리가 탄 버스가 마산 쪽으로 가고 있다네. 캬캬캬..
  어찌어찌하여 뉴턴을 받았는데 이젠 방향이 헝클어졌네.,
  30분만하면 충분하다는 거리를 자그마치 2시간을 헤매는 기라..
  시간은 자꾸 가는데... 
  배속에서는 민생고 해결부터 하라고 아우성이고..
 
  어째! 
  하는 수 없이 한손 들고 어리빵 한 내가 발언했지....뭐.
  모르는 길 더 이상 더듬지 말고 택시를 앞장세우자고.
  모두가 굿 아이디어라고 박수갈채 짝짝짝..
  결국엔 거금 일마냥 들었더니 깔끔하게 
  우리가 탄 버스를 자갈치로 인양해주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우스워서...

  외 길 이라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 찾기가 쉽다는 도시인 부산 길을..
  그도 몇몇 회원들은 부산이 고향이고 
  예전에 영도다리 부근에서 오래도록 살았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길치라고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정말 모두들 잘 났어!
 
  그런데 말이다.
  하루 종일 촐촐 굶다가 오후 2시 반 넘어서 랑...
  더디어 그 유명한 자갈치 곰장어 구이를 대하였는데..
  딱 한점을 입에 넣었는데 거부반응이 오는데
  행여나 하고 다시 한점을 먹었는데 영 비위에 맞지를 않네.
  같은 바다생선인데 바닷장어(아나고) 구이는 
  담백하고 맛이 좋은데
  곰장어 구이와 개불회가 내 입에는 영 아니네.

  우 쉿~
  배는 고프고 공기 밥 한 그릇 시켜서 상추에 쌈 사먹는 수밖에..
  그런데 나뿐이 아니고... 
  여자 일행 5명이 똑같이 한 입씩 먹더니 고개를 돌리네.
  왜 그럴까? 
  동해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다 잘 먹는데..
  나 자신도 정말 이해가 안 가니..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경주 한우단지 천북에서 저녁식사로
  생 갈비살 구어서 못다 채운 배를 포식을 하고..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친다고..
  오다가 도중에 노래방 둘러서 
  돼지 목 따는 소리로 
  김수희님의 애모도 한 곡 부르고..
  자정이 가까워서 내 안식처에 자리 매김을 하였답니다.
 
  우리의 삶!
  살다보면 때로는 지겨움도 느끼고..
  그럴 때는 일상에서 가감히 탈출하시라.
  그리고 하루쯤 여행이란 경험으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 받는 것도 좋답니다.


날 보러 와요 / 방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