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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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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BY 쟈스민 2001-08-13

일요일 저녁 .....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늦은 외출을 했다.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싸이언스 페스티벌이 있다 하여서
남편과 함께 구경을 가기로 했다.

아홉시 무렵부터 분수쇼와 불꽃놀이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아직 시골에 있는 관계로
모처럼 두 부부만이 오븟이 저녁을 먹고

저녁 바람을 쏘이는 맛은
썩 괜찮았다.

색색이 쏘아 올리는 시원한 물줄기와
어두운 하늘을 수놓으며 터지는
불꽃들로 밤은 온통 술렁이는 축제분위기였다.

아이들이 함께 오지 못하여 못내 마음에 걸려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남편과 나란히 손을 잡고 거니는 밤은....

예전의 시간들을 떠오르게 하는 게
마냥 설레이기만 했다.

구경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알콜 중독자인 아내가 노력끝에 치료를 마치고
가정으로 잘 돌아올 수 있도록 남편의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이
잔잔히 그려져 있는 가족 영화였다.

그런데, 남편은 피곤하다며 이불을 깔고 눕는 거다.

난 나란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도란 도란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자주 개봉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겠지마는 나 같이 매일 직장일에 메어 사는 여자는 영화 볼 시간도
많질 않은데

이런 날 편안하게 집에 앉아서 남편과 영화 한편 볼 여유도 내겐 없는 가 하는 생각을 한 쪽 구석으로 애써 밀쳐 두고
난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시간 정도 지났는가....
곁에서 코까지 골면서 깊은 잠에 빠져 들던 그에게 간간히 눈길을
주며 그래도 끝까지 영화를 다 보았다.

함께 보지 못하는 아쉬움 섞인 원망의 눈초리로 그를 응시하면서.....

영화도 다 봤으니 이젠 자야지....
씻고서 침대로 가려하니 거실로 자던 남편이 먼저 와 자릴 잡고
있다.

아이들도 없는 저녁....

그는 꽤나 로맨틱한 밤을 꿈꾸었던 건지 .....
자려하는 내게 뭔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

함께 영화만 보았더라도.....
같이 공감하고 뭔가 대화 몇마디를 나눌 수만 있었더라도 ....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잡힐 수 있었건만

남편은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만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
나를 화 나게 했다.

많이 피곤하면 일찍 잠자리에 들던지 ...

조금 기다려주는 미덕으로 함께 영화 한편 볼수는 진정 없었는지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이도 저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대로 되질 않는지
자신의 마음을 몰라 준다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부부란 건
그런 게 아닐까?

정신적인 대화가 우선되어야지만 어떤 분위기에 빠질 수 있는게
여자라면.....

남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그냥 자신의 기분에 도취되어
자신의 기분에 맞춰주길 바라는......

어쩌면 그것은 이해하기 힘든 아주 단순한 본능이 아닐런지.....

사랑하고 있다면.... 깊이 사랑하고 있다면.....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조차 자신이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에
얼었던 가슴도 너끈히 녹일 수 있고

그냥 손잡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여자라면....

내가 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걸까?

머리속에서 이건 아니라고 한번 제동이 걸리면
요지부동이 되어버리는 나.....

나조차도 잘 통제되어지질 않는 이런 나의 구석이
자주 남편과 나를 다투게 하고 있다.

함께 영화를 보고.... 그리고 영화처럼 따뜻한 가족애를 함께
느껴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자고....
서로 위안의 말 몇마디 나누는 그런 밤이라면.....

내게는 어떤 날 보다도 아름답고 충분히 로맨틱한 밤이 될 수도
있었건만....

그와 나는 그게 잘 되질 않고 있다.

그건 대화가 안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어느 한쪽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는 넓은 가슴을 한 남자이니까....

속좁은 아녀자의 마음을 조금쯤만 헤아려 준다면

훨씬 더 매끄러운 부부사이가 될 수 있질 않을까?

불꽃놀이를 보고와서 불꽃튀기는 다툼을 한다는 일이....
왠지 우습기만 했다.

시시 때때로 변해가는 사람의 기분을
서로 마추고 사는 일이
왜 그리도 힘드는 걸까?

오늘은 아무리 잼 있는 영화를 한다고 해도
다 재쳐 두고 그저 일찌감치 잠자리에나 들어야
싸우지 않고 살 수 있으려나.....

참 어렵기만 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해답도 없는 질문만 허공에다 던져대는 그런 하루가
되고마는 건 아닌지.....

저녁까지도 토라져 있을지 모르는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면....

그가 원하는 분위기라도 만들라치면

일찍 가서 맛난 저녁이라도 해야 할 터인데.....
뭐가 좋을까.....

하옇튼 아줌마는 어쩔수가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