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구구......
아이고..아이고....
신음소리를 들으니 짐작이 가시나요?
그동안 어깨근육에 통증이 와서 컴 앞에 올 수 없었어요.
얼마나 아프던지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았어요.
특별한 원인은 찾을 수 없지만 아마 무거운 것을 어깨에 지고
다녔기 때문인 것도 같고, 또 컴퓨터 자판을 오래 쳐서 그런 것도 같아요.
지금도 사실은 아프답니다.
에구구구....
어쩌죠?
벌써 오십견이 왔을 것 같지는 않은데...
좋은 치료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일 아픈 곳이 등 한 가운데 뼈.
그리고 오른 쪽 어깨근육이랍니다.
뜨거운 물수건을 얹어놓고 있자니 날이 더운데다 뜨거운 수건을 하니
땀이 줄줄 나더군요.
그래두 집안일도 해야하고, 한번씩 가게에 나가 주방일도 거들어 드려야 하고, 쉽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조심해야겠죠?
오늘부터 결심한게 하나 있어요.
조금 느슨한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어딘지 여백이 느껴지는 사람, 그 여백 사이로 잠시 쉬어갈 수 있고, 잠시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느껴지는 사람 말예요.
이렇게 말하면 뭐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 대충대충 조금 얼렁뚱땅 그렇게 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거든요.
일례를 들자면 저는 누가 저에게 뭘 선물한다던지, 뭘 사주거나 하면 가까운 시일내에 그것에 비슷한 가치가 갈만한 것으로 꼬옥 답례를 하는 습성이 있어요.
고마움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강박관념처럼 신세지고 살면 안된다...받고만 있으면 부담스럽다....는 생각때문에 그렇게 했었거든요.
또, 방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꼬옥 닦아야 잠을 잘 수 있었어요.
아무리 피곤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더라도 방을 닦아야 직성이 풀렸어요.
여행가서도 방에 먼지가 앉을 것이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고 지나갔을걸요?
주부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당연지사다 하고 살아왔는데 안 그런 주부들도 무척 많더라구요.
일종의 강박증이래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죠?
공부하고 학습지해야 자유시간을 허용하고, 모든 일과에 충실하도록 교육시켰잖아요.
한번은 둘째아들이 그러대요.
"울 엄마가 이 광고는 꼬옥 봐야 돼!"
"뭔데?"
"재능교육 광고"
그 광고에는 한 아이가 눈가리개를 하고 사각링위에서 더듬거리며 서 있고, 일등,일등..이라고 헛소리를 중얼거리는데 어디선가 엄마 목소리가 들리죠.
"엄마가 하라는대로만 해야돼!"
충격받았어요.
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면서 여러가지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가게에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 할머니를 뵈었죠.
제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 안심하셨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셨어요.
"애기엄마, 이 지하철 아차산가는 5호선 맞아요?"
"5호선은 맞지만, 아차산이라면 반대방향인데요..."
저는 벌떡 일어나 지하철 노선을 확인해 보았지요.
정말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걸 알자 잠시 난감했어요.
"할머니, 이번 역에서 내려서 반대쪽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세요.
얼른요..."
"아이구, 그랬구나!"
깜짝 놀라시며 할머니께서 내리셨죠.
그 할머니 꽤 남루한 차림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쪽지고 계셨는데, 왠지 그런 느낌있지요?
여백이 느껴지는.
이 할머니라면 무슨 얘기든 주고받아도 다 이해해 주실 것 같고,
나는 그런 거 잘 몰라. 니들이 알아서 해라. 하시며 스스로 한걸음 뒤에서 젊은이들을 지켜보며 믿어주시는 분일 것 같았어요.
주름살 투성이에 누렇게 변한 치아를 갖고 계셨지만 넉넉하고 너그러워 보이셨거든요.
뭐 생김새가 야물딱지고, 세련되어야만 어떤 멋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어요.
전 항상 이쁘고 상냥하고, 세련되어야만 된다고 생각했었나봐요.
어쩐지 시골내음이 물씬 풍기고, 어쩐지 어눌하고 어쩐지 도회적이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거예요.
그런 여백을 지금부터 만들면 될까요?
항상 예의바르고 깎듯하고, 항상 세련된 차림이 아니어도 가능한거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마음 먹었어요.
지금까지 서양화를 꿈꾸었다면 오늘부터는 동양화를 꿈꾸기 시작한거죠.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네요.
앞으로 십년을 바라보고 영어회화에 도전하겠다는 결심도 밝힐게요.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십년을 지내고 나면 또 몇마디쯤 중얼거릴 수도 있겠지요?
맞아요.
바로 그거네요.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바로 이런 여백을 마음에 들여놓고 살면 제 인생의 그림은 동양화로 바뀌어 나가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요?
오늘 저녁 방 닦는 거 안키로 했어요.
어깨가 아프기도 하지만, 하루쯤 안 닦아는다고 큰 변동이 없겠죠, 뭐...
그러다가 일,이주일만에 한번씩 청소하는 주부가 되지는 않겠지요.
사람 사이의 일을 계산으로만 하지않고,
얻어먹었으니 빨리 갚아야겠다는 강박증에 시달리지 않고,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아야겠어요.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라면 또 어때요?
타이트하게 꽉 맞는 거들을 벗어버린 느낌이예요.
폭이 넓다란 스란치마를 입고 있으면 바람도 더 많이 드나들고,
시원함도 더 많이 느끼겠지요.
어깨가 많이 아파 이제 그만 쳐야겠어요.
그 바람에 저녁 늦게 동네 공원에 나가 운동도 하고, 책도 조금 더 많이 읽었답니다.
잠시 인터넷을 벗어나니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어요.
님들도 아프지 않게 몸관리를 잘 하세요.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잖아요.
좋은 밤 되세요.
시원한 바람이 서늘하게까지 느껴져 창문을 닫아보았답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모든 어려움을 잠시 던져버리고 푸욱 주무세요.
자는 동안에 모든 세포가 되살아나고, 사고가 더 원활해지는거예요.
잠을 잘자는 것 또한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좋은 잠자리가 되시길 바래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