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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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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시게 이 사람아!


BY cosmos03 2001-08-13

이, 사람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던데, 무에, 그리 급하다고
그리도 서둘러 갔더란 말인가!

이제, 자네 나이 마흔셋!
팔십이 가까운, 시 아버님과 칠십이 가까운 시어머님을 뒤로두고
심성고운 자네가 어찌 그리도 큰 불효를 저지를수 있단 말인가?

대학생의 아들과 고등학생의 딸을 두고, 그리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던가?
이제, 겨우 마흔여섯!
자네 남편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에.
노부모 모시고, 아직도 부모손길이 한참 필요한 아이들...
서방님 손으로 어찌 다 감당하라고...
그리도 큰 짐을 주고 가더란 말인가?

나보다 먼저 시집와, 그 큰 농사일 모두 해 가며...
씩씩한 여장부 소릴 듣던 자네가...
어느정도 키워놓아 이젠, 엄마의 손길 없어도,
제할일 스스로 할수있고...
없는집 살림도 자네의 그 억척스러움으로
기반 모두 잡아놓고...
이젠 호강좀 하려나~ 했더니...

그리도 황망히 떠나가는 그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던가?

자네가, 마지막 준 밥과 떡, 그리고 고기...
맥주 한 모금까지도 맛나게 먹고 왓네만...

가슴에 걸쳐 더는 내려가지 않음에...
결국은 집에와 모두 게워내고 말았다네.

마지막 가는 집사람에게.
웃음으로 보내주고 싶다며, 얼굴 가득 미소짓던 서방님 얼굴이
내겐, 하회탈마냥.... 마냥 허허롭게만 보였다네.

허접스런 인생 살이였네.
살아 웃는 모습 한번이라도 더 보았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아닌 핑계와, 나중에 라는 게으름으로
결국, 난.... 자네의 흑 백 영정만 보고와야 했네.

멀고도 무섭다는 그 먼길...
자네 혼자 어찌 가려는가?
뉘라서 동무해주며... 뉘라서 길벗 해 주겠는가?

잘 가시게....
내세가 잇다면, 언젠간 우리 또 만나려나.
미안하이!
내, 참말로 미안하이.
서열로는 분명, 내가 위이지만...
언제던, 자넨, 내겐 형님 같은 존재엿네.
좀더 말짱한 정신이었을때...따뜻히 손이라도 한번 잡아줄것을...
자네가 나 엿다면... 자넨, 분명 열일을 제쳐놓고
내게 손을 내밀었을것을...

편히 쉬시게나.
거기 그곳은 그렇게 힘든, 농사일도, 그렇게 힘들여 팔아야하는
농산품도 없을터이니...

무엇이 되어 다시, 이곳, 이승으로 오려는지...
내 알수 없지만...
고운꽃을 본다던가, 지저귀는 새를 본다던가, 아님...
예쁜 나비 한마리라도, 내, 하찬케 보지 않고
자네를 생각함세.

다시올수 없다면....
거기 그곳에 그대로 남아있어야 한다면...
언젠가 나도 갈 터인데.
그땐, 날 외면치 마시고 반겨주시게나.
못다한 얘기.... 못다풀은 회포...
그때, 다시만나 얘기함세.

나, 보고싶다고 너무 빨리 불르지는 말게나.
모든, 나 할일... 끝내고 나면, 그땐 날 불르세.
무작정 부른다고 자네처럼 그렇게 무책임 하게는 나 안따라 가네.
그러니, 너무 서둘러 부르지는 마시게나.

이왕가는거, 부디 좋은곳으로... 편한곳으로...
잘가시게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