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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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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BY 숙이 2003-03-11

어느 나른한 봄날

봄햇살 가득 우리집 마당을 내리쬐고

나는 내 또래의 아이 몇과 긴 막대기로 제비집을 쑤시고 있었다.

나는 유난히 순진하다 못해 어리숙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용한 또래 집단의 아이들이 나에게 제비집을 긴 막대기로

쑤셔서 망가뜨리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 제비집은 초가집 처마밑에 나름대로 튼튼하게 둥지를 치고

있었던 탓에 쉬이 망가지지 않았다.

그 둥지 안에는 새끼제비가 여러마리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곱살 또래 아이들의 성화는 계속 빛발을 치고 있었다.

"야 니 고것도 모하나?"

"내가 하까? 니 놀부처럼 벌 받으까봐 모하지?"

"바보 아이가?"

"......"

또래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망설이면서

도대체 어른들은 어디들 가셔서 안 오시는 건지

괜시리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끝내 오지않는 것이었다.

용기를 내어서

푹!!

긴 막대기의 끝의 느낌이 내게 전달되면서

아무래도 내게 나쁜일들이 일어날것 같은 두려움에 ??여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굴잔뜩 두려움이 일면서도

내가 해냈지?

으시대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막내 삼촌이 골목을 돌아 들어왔다.

막내삼촌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광경을 보곤

나를 더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그날밤 나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무서움에 떨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아기제비는 죽지는 않았던모양이다.

단지,

제비집을 파손하였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두려움에 몇날 며칠을 걱정을 했었던 기억

그일은 1960년대 후반 경상도 어느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