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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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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 않아도...


BY sun 2003-03-10

서른아홉인 그이의 어깨가 가끔은 무거워 보입니다. 본인이 내색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지만 전 그런 모습이 더 안타까워 보입니다.
더 늦기전에 새로운 일을 선택해야 하는 가장의 마음은 무엇에 비할 수 없는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3개월이 가까워집니다. 새벽1시가 넘어서 먼길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기도 하고,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이 더럽다하여 그것이 흉이 되지 않는 그이의 생활은 이젠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눈이 많이도 내렸던 1월달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일을 끝내기도 하는 바쁨이 있었습니다. 어두어지기전에 따뜻한 차 한 잔과 고구마등 간식을 준비했던 제게 오히려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이였지요.난 내게 주는 그 마음처럼 살갑지 못한 것같아 언제나 미안하기만 한데 말입니다.
이젠 외출할 때의 옷차림이 무겁지 않습니다. 대지가 푸른빛으로
가득 채워질 그 때가 오는 것을 사람들은 항상 먼저 알기 때문이죠.
순간 그이의 옷차림을 생각해봅니다. 어두운 곤색점퍼에 짙은 밤색
골덴바지.... . 안타까운 생각보다는 열심히 노력하는 그이의 모습이기에 존경하려고 합니다.
주말은 아이들을 위해서 아빠의 피곤은 접어두기로한 채 신나는 축구게임을 했답니다. 물론 아빠의 독재적인 골로 아이들은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큰아이는 그런 아빠를 아주 대단하게 생각하며 엄지 손가락으로 최고를 표하군요. 평소같으면 옷이 더러워지는 걸 싫어했지만
그 날은 마치 월드컵 축구를 하듯 온 몸을 아끼지 않으며 경기에 임하는 아이들에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함게 뛰고 있는 그이의 모습도 너무 멋졌습니다.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입었을지라도 그이는 한 가정의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당당했으며 그 속에서 한올한올 엮어가는 가정이라는 작품속에 소품이 아닌 주인공의 자리에서 조연들을 잘 이끌어 가는 멋진 남편이자 아빠였습니다.
10년이라는 결혼생활속에서 늘 힘들고 지쳤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몸이 아파서 힘들었을 때가 그중 가장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약을 먹어야 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이에게 언제나 미안해하고 있지만 내색하지는 않으면서 짜증만 부리는 나였기에 오늘은 더 생각이 납니다.
항상 건강한 아내이기를 바라는 그이의 바램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