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서 만날까? 어디 맛있는데 있어요?"
"어? 어느새 한달이 되었나봐, 난 아무데나 괜찮은데..."
책임을 진다는것이 이런건가 보다.
작은 아들 친구 엄마들 여섯명이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아들생각하며 만나기 시작한 모임에서
첫번째 총무를 이년여 맡았다가 지난달에 넘겨 줘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왔었는데,
어느새 한달이 되어
장부를 넘겨 받은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을때야
모임날의 날짜를 기억해 내다니 !
매달 초순이면 영락없이 기억해 내어
모두에게 연락을 했던 날짜 였었는데도
어쩌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탓으로 오는 기억력의 한계를
열심히 메모하는 것으로 메꾸어 대고 있지만
그틈에도 이렇게 가끔씩 빈 구멍이 뚫리면서 나를 당황케 한다.
어디로 오라는 전화속 엄마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이얘기 저얘기를 덧붙이며 정감있게 전화를 끊었다.
정해진 약속장소에 십여분전에 도착하니
아는체를 하는 사람이 없다.
점심시간이라 바쁜 식당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손님을 기다리는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닌담에야 불편한지라
좀 머뭇거렸더니 주인이 아는체하며 사람수를 묻고는
자리를 정해준다.
혼자 앉아 빈컵에 냉수를 채우고
조심스레 둘러보는 식당안은 자리가 빌듯하면 또 채워지며
앞치마 두른 사람들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는것 같다.
겨울내내 석유값도 못버는 가게문을 열어놓고
풀려오는 날씨 앞에서도 도무지 경기의 침체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것 같아서 희망이 절망인데
예사로 보이지 않는 이 광경에 내머리는 이미 복잡하게
주판알을 튕겨보다가 이내 도리질이다.
모든게 마음일뿐 몸이 안따르지 않는가!
마음을 비우자.
아래를 보면서 살자.
욕심을 버리고 그냥 여기에서 편안해 지도록 노력하자.
나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시간에 열중하며 충실하자.
.
.
나에게 거는 최면속에 나를 몰아 넣고 테두리를 쳐 본다.
"역시 제일 먼저 왔구먼~!"
누런 가죽재킷의 엄마가 먼저 알아보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서는 바람에
내 몸안에 꽉 차 있던 모든 생각들이
화들짝 놀라서 달아나버린다.
"나도 온지 얼마 안 됐는데 뭘~!"
방석을 밑에 밀어 대주며 나는,
이상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얼버무렸더니 뭔 생각을 했었냐고 다그친다.
"이 식당 참 잘되네. 점심 시간이기도 하지만 말야."
"왜요? 식당 하고 싶어요? 허리도 시원찮은 사람이
돈 벌고 싶어요? 이제 그냥 살아요. 그보다 못한 사람도 더 잘쓰며
살아 가는데 줄여 쓰면서 건강이나 챙겨요.!"
"알았어~~!"
반은 웃음 섞어 대답하지만 목을 넘어 오는 그 대답은
가슴께서는 저렸었는데 이내 바뀌어 활짝 웃고 있다.
"빨리 먹어요~!"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