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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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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꿈꾸는 자 2003-03-04

여자는 봄을 탄다 했던가. 처녀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그 뭔가가 봄바람속에 있다하던데,, 그래서 시인은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었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하고 노래했던가.

하지만 남자인 나도 가슴속 한 구석에서 꿈틀대는 그 뭔가에 가만히 앉아 있지는 못하것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도시를 떠나, 들로 산으로 내닫으고 싶다. 저 찬란한 빛에 내 몸을 놓이고, 발길마다 채이는 봄의 조각으로 파묻히고 싶다.

봄은 이미 우리의 옷자락에 머리위에 묻어난다.

새학기에 딸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며칠전부터 온 가족이 설레인다. 이것 저것 준비물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30년전으로 돌아가, 가슴에 하얀 손수건에 덧댄 빨간비닐조각에 '5'란 숫자를 쓰고, 1-5반 학생으로 입학식을 치룬 기억이 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잊어지만 얼굴은 생각난다. 분을 칠한 커다란 얼굴에 재미난 동작으로 우릴 즐겁게 하셨던 선생님.
지금 살아 계신다면 환갑을 전후한 나이가 아닐런지...
풍금소리에 맞춰 부르던 노래들.. 학교종이 땡땡땡...
받아쓰기 0점짜리 시험지도 이젠 부끄럽지 않아.
부유한 아이들이 한 주일에 주세번씩 받아 먹는 급식우유. 그 옆에 선 채 뽈록한 투명유리속 우유가 아이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걸 부럽게 바라본곤 했지.

마려운 소변을 말하지 못한 채 참다참다 결국 자리에서 싸버린 수줍움 많고, 쑥기 없던 시절... 지금은 내 뇌리속에만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난 먼 시간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