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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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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숲


BY hpesk 2000-12-12

흐물거리는 안개의 숲으로 나 들어갈 때, 눈 앞 보이는 건 작은 눈물방울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만지지 않았고, 때묻지 않았고 맑은 영혼을 간직한 눈물방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눈물방울은 이슬일 뿐임을 알았다.
내가 보았으므로 내가 느꼈으므로 내가 즐겼으므로....
안개의 숲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안개의 숲에는 없는게 없었다.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세상의 권리로 지배되지 않는 그 숲은 존재했고 또한 존재치 않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점점 깊숙히 드려놓으면 놓을수록 긴 장막의 역사에 상처가 생기고 안개에 구멍이 뚫린다. 하지만 빛은 없다.
안개의 숲에는 해가 떠도 빛은 없다.
뿌연 안개에 가려 그 무엇도 보이지 않기에 나 또한 없다. 하지만 있다.
머리 위, 밤이 되었다는 걸 시계의 알람으로 알 수 있다. 별이 뜨고 달이 떴음을 짐작으로 알 수 있다. 정작 보고 싶은 맘...
누군가 어느 쪽에서건 걸어오는 걸 느낄 수 있음은 숲에 상처가 생긴다는 걸로 내 시선이 어딘가를 향해 촛점을 맞추려 허우적 거린다는 증거로 이내 짐작한다. 그 어떤 인물...
길을 걸으며 길인 걸 의심하고 숨을 쉬며 공기인 걸 의심하고
내가 분명 존재함에도 인정할 수 없는
여기는 안개의 숲이다.
세상의 모든 침묵과 비관과 거짓을 간직한 아니 숨겨둔 안개의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