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식성이 다 제각각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와 내 남편의 식성은 비교적 비슷한 편이다.
둘 다 마른반찬 위주의 식사를 좋아하고, 국보다는 찌개를 더 선호한다.
특히나 해산물과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제대로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보고 결혼을 한 사이지만, 그래도 그 알량한 추억 중에 하나.
남편은 그때 이상하게도 오이를 먹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입맛이 달라져서 가끔 먹는 시늉도 하건만, 그때만 해도 아예 입에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음식점에서 둘이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반찬으로 나온 생오이가 있었다.
고추장에 찍어먹게 되어 있는, 싱싱한 날오이 그 자체였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남편더러 눈을 잠깐 감고 입을 벌려보라는 요상한 주문으로 그에게 잔뜩 기대를 하게 해놓고는.....
그가 안먹는다는 오이를 쏙하니 그의 입에 얼른 넣었다.
멋모르고 그 오이를 입에 넣은 남편은 얼떨결에 씹게 되었고, 그러자마자 바로 얼굴까지 빨개져가며 한참을 켁켁거리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렇게까지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미안해. 미안해. 얼른 말로 사과는 했지만, 내 고개를 갸우뚱하며 허.참... 세상에....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이라니. 싶었다.
나 역시도 오이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나 여름 화장품에 오이추출물로 나온 기초화장품은 아예 그 냄새도 맡기 싫어할 정도였다.
그래도 생오이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거까지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는데.....
남편과 살게 되고나서 우리집엔 아예 오이가 발붙일 곳이 없었다.
나는 아무리 장을 봐도 오이를 장바구니에 넣어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이 맛사지? 그야말로 택도 없는 소리였다.
토마토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포도와 딸기다.
그렇지만 토마토가 채소에 속해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만약 토마토도 과일축에 끼어준다면 단연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토마토가 될 정도다.
어린 시절, 광주리 하나로 토마토를 사면 나는 풀방구리 드나들듯 뒤란을 드나들며 배꼽이 불룩해지도록 토마토를 먹었다.
온통 옷에는 토마토 과즙을 흘려 볼썽사나운 꼴을 하면서도 토마토 먹는 일엔 그저 열심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버지께서는 젯상에도 못 올리는 과일같지도 않은 걸 좋아한다시며 허허 웃으시곤 했다.
그래도 나는 그저 토마토가 좋아 여름이 되어 포도가 풍성하게 나올 때까지 잘도 먹었었다.
오늘 아침, 남편의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에 토마토를 얇팍하게 몇조각 썰어넣고는 몇번이고 남편에게 물어본다.
맛있지?
응.
왜 맛있는 줄 알아?
....
토마토가 들어갔거등. 그래서 맛있는 거라니깐.
남편은 전혀 안 믿는 눈치지만, 나는 그래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토마토가 맛있기때문에 그 샌드위치가 햄하고 양파만 들어간 것보단 훨씬 더 맛있어진거라고.
내가 토마토를 좋아하는 덕분에, 남편은 짭잘해서 싫다는 토마토를 억지로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기 안 먹는 오이도 내가 먹게 했으면,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는 당연히 좋아하고 잘 먹어야지.
그래야 이야기가 되지.
맛있는 토마토. 몸에도 좋다는 데, 왜 사람들은 토마토를 좋아한다고 그러면 의아한 눈빛으로 날 볼까?
참 이상한 일이네.
토마토 좋아하면 이상한가요?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