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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집 아줌마 생각


BY 담배집 2003-02-26


멸치 배들이 출항하는 시간, 멸치 배 스물다섯 척, 배마다 열명 안팎의 선원을 싣고 다니니, 이 시간에 우리 집에 와서 담배를 사가는 사람은 오륙 십 명은 넘을 것이다.

삼십여 가지의 담배 중 잘 팔리는 담배는 몇 종류 안 된다.
바다에 나가서는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되는지, 두 갑씩 사는 사람도 많고, 피는 양이 많으므로 순한 담배를 더 찾는 것 같다.

담배도 어느 정도의 유행이 있는것 같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선 '88라이트'가 최고 인기였고, 90년대 초에는 '디스'가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90년대 후반에 ‘심플’ ‘리치’등의 긴 담배가 많이 팔렸고, 짧은 담배로는 디스보다 순한
‘타임’ ‘마운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연 바람과 함께 가늘고 긴 담배 ‘에쎄’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순한 담배를 찾고 있는 추세이다.

외국 담배의 경우는 ‘말보로’ ‘버지니아’ ‘마일드 쎄븐’이 외국담배 불매 운동으로 팔리지 않은 적도 있지만, 대부분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우리 담배의 경우는 확실히 세계화 선언 이후 품질은 몰라도, '우리 입맛에는 우리 담배'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이름들만은 세계화 되었다.
한때, ‘신토불이’ 바람이 일면서 순 우리말로 된 ‘시나브로'라는 담배가 나와,지금도 시판 되고 있지만, '하나로' '한라산''장미'
'라일락'과 함께 우리말 이름의 담배는
가격이 싼 만큼 질도 안 좋은지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SEASON'은 처음 나왔을 때, 세손이라느니 시손이라느니 하며 이름을 물어 오는 사람이
많았다. 영어 시간에도 안 배웠느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지만, 세계화가 담배 이름이 영어여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술 더 떠서 ‘RAISON'이라는 프랑스어로 된 이름의 담배가 나왔다.
고등학교 3년간 프랑스어를 배웠지만 나도 뜻은 모르겠고, 사람들은 여전히 헤멘다.
라이손? 래존? 라이즌? 래종.
또, 영국 담배인 ‘던힐’과 경쟁하려 만든 듯, 겉모양도 똑 같은 ‘루멘’등도 실패한 신제품이다.

어차피 우리나라 사람이 필 담배에 왜 그리 어려운 이름을
붙여놔서 담배를 살 때마다, ‘이 담배 주세요.“하며 담배 갑을
내밀어 하루에 한번 바보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로고를 바꾸었다.
결국 같은 내용인데, 전자는 할아버지 담뱃대 냄새가 나고, 후자는 양담배 냄새가 나는가?
본질은 두고 자꾸 바뀌는 정책이나 폼만 재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인 것 같다.

오래 묵은 것, 고유의 것이 좋다는 생각이 너무 고리타분한가?
담배를 팔다 다른데 정신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