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 사 랑 ⊙
아이들을 데리고 문구점에라도 가면 아이들은 사러 간 물건은 잊은 채 쉴새 없이 다른 물건들을 고르며 사달라고 조른다.요즘엔 어쩜 그렇게 예쁜 물건들이 많이 있는지 아이들의 혼을 쏘옥 빼놓기 마련이다. 대충 한 가지 정도만 얹어서 사주고 얼른 나오지만 기실 이런 일은 이이들한테만 있는 일은 아니다.
나도 문구점엘 가면 한 동안은 멋진 노트를 보면 참지 못하고 사야 했으며 원고지,펜등을 필요 이상으로 사곤 했다.
노트나 펜,원고지등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글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단어들을 만나면 마냥 설레이고 또 글이 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 글쓰기는 나의 영원한 짝사랑일까.
가슴속 욕망은 가득한데 나의 손끝은 이다지도 무딜까.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다보니까 자연 글쓰기를 좋아했고 쓰다보니 상도 많이 받았다.
그 어린 나이에도 글을 보내서 방송에도 나오고 겨울 방학 온세상이 하얀 눈으로 쌓이면 난 노트에다 시를 끄적이며 하루에 한편 정도씩 써 내려갔다.
소설도 쓴다며 조그만 책도 손수 만들어 엮기도 했다.
각종 상도 받고 학교 대표로 글을 써내던 일이 많았던 내게 충격을 준 일이 생기고 말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방과 후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한 아이한테 글짓기 지도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그 아이도 꽤 글을 잘 썼던 아이였다.
왜 내가 아니고 그 아이였을까.
내 어린 마음에 던져진 큰 충격은 지금까지도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결국, 그 아이는 같은 중학교에 다녔는데 상을 받아도 나보다 위의 상을 받았고 나는 그 애가 글의 천재가 믿었다.
그렇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나의 글쓰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특별히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의욕을 상실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서 두 번째의 충격을 받는 일이 또 생겼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학년 전체에서 1등을 할 정도로 학구열이 대단했었고 글이라는 것도 으례히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잘 쓴다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던 한 아이의 글솜씨가 아주 좋은 걸 보고 두 번째 충격을 받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와 글을 잘 쓰는 아이는 다르다는 환상에서 벗어났다.
그 충격 때문이었을까?
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독서는 열심히 했지만 사춘기의 늪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내 가슴속의 욕망은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결혼 후에도 글을 써 보내면 상금도 오고 상품도 왔다.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
욕망은 주고 능력은 주지 않은 조물주를 원망도 했지만
그저 욕심 부리지 말고 허세 부리지 말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영원히 멈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