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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3 (팁 )


BY 잡초 2003-02-23

꾸역꾸역 밀려오는 손님들로 인해 난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빈상을 치우기도 전에 손님은 주문을 한다.
소변이 급해 잠시빠져 나가려해도 도통 시간이 주어지지를 않는다.

몇시쯤인지 얼마만큼의 손님에게 서빙을 더 해야하는지
그저 기계처럼 난 손과 발을 놀리고 있을때
한 여자분이 급히 내게로 오더니 앞치마에 무언가를 찔러 넣어준다.
" 저기요... 이거 드리래요 "
" 아 네. "

얼마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홀안이 휭덩그레 하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밥상을 차리라는 소리에 시간을 보니 오후 네시쯤.
한숨돌리고자 시원스레 냉수한컵을 벌컥거리고
무심코 앞치마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바스락~ 무언가 손에 잡힌다.
꺼내들고 바라보니 천원짜리 지폐.

" 어머! 언니 팁 받았나보다 "
멀뚱히 서 있는 내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서는 얼마냐고 묻는다.
헤아려보니 삼천원의 돈이 내 앞치마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었다.
누굴까.
누가 내게 삼천원의 팁을 주고 간 것일까?
하 많은사람들이 들고 나고 하기에 감을 잡을수가 없다.

처음...
내가 식당 서빙을 시작하고 받은 팁은 팔천원.
손님의 담배심부름을 해 주고 거스름돈을 가져다주니
슬그머니 그 손님은 테이블 밑으로 거스름돈 팔천원을 디밀어 놓는다.
눈짖과 고개짖으로 내게 받기를 말하고 있다.
왜 그리도 멎적고 쑥스럽던지...
권하는 그 눈빛과 손짖에 난 거절할수 없어 간신히 고개만으로 감사함을 표시한다.

두번째의 팁은...
식대가 사만구천원이 나왔고 오만원을건넨 그 손님은 거스름돈 천원을 내게 내민다.
" 저...아주머니 죄송한대요. 사실 제가 돈이 없어서요. 버스타고 가세요 "
부끄러워하며 얼굴빛까지 발그레 해지는 손님의 천원을 거절할수 없어
감사합니다. 소리와 함께 활짝 웃음지며 앞치마의 주머니속으로 찔러 넣어두었다.
거절을 하면 그 손님의 천원을 쥔 손이 부끄러워질까봐
난 당당한듯 아주 기쁜듯 그렇게 그날의 팁 천원을 손에넣고
퇴근시간까지 즐거울수가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들이 지나고
한동안은 팁이라는 말 조차도 가물거려질무렵.
어르신을 모신 가족한팀이 식사를 하러왔다.
그날따라 웬 손님들은 그리도 미어터지듯 몰려오는지...
허위허위 발걸음도 지쳐가고. 앉고 서고조차도 삐걱거릴때쯤 오신손님이라 달가울리는 없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 어르신이 계신곳에 마침 내가 담당을 하게 되었고
주문한 대로 주방에서 빨리 나오지를 않자 자제분들은 재촉을 하다못해
벌컥벌컥 성을 내며 날 하인 다루듯 다룬다.
어쩌랴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노인을 모시고 와 식사가 빨리 나오지 않아
화가 날수도 있는것을...
죄송합니다의 말을 몇번이나 했을까?
그럭저럭 식사가 끝나고 난 그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했다.

뒤돌아 한참을 다시 또 바삐 뛰고 있는데 카운터에서 날 찾는 소리가 들린다.
" 26 번 서빙한 4 번언니 "
내가 뭘 잘못한것일까?
급히 대답을 하고 달음박질로 카운터에 닥아가니
아까의 그 어르신이 내손을 꼬옥 쥐어주시며 도닥이신다.
어르신과 내 손 사이에는 종이같은게 집히고
손을 흔들며 고운자태로 나가시는 그 어르신의 뒷모습에 이어 내 손으로 이어지는 내 시야에는
꼬깃한 오천원 짜리 지폐가 당그마니 놓여있다.
순간 무슨이유에서 일까?
코 끝이 찡 해오며 목울대가 아파오는것은...
그리고 아울러 쪽을지고 한복을 고이 입었던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는것은...

며칠이나 지났을까?
세사람의 여자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식당문을 연다.
아직은 이른시간인데...
아직 장사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직원들은 꽁시렁 거리며 아침식사 중이라 누구하나 선뜻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없다.
스물스물 눈치들을 보며 서로가 밥 먹다 일어나기를 꺼려한다.

우적우적 밥 슷갈을 밀어넣고는 급히 물 한모금으로 입가심을 한다.
주문을 받고 세팅을 해주고...

한 여자손님이 유난히도 까탈을 부린다.
아이들말로 그런 손님을 진상이라 하는데
그 여자분은 진상중에 진상이었다.
매사 껀껀히 트집을 잡고 식사를 끝내도록 인상을 쓰고 있다.
맞 받아칠수는 없는일..
해실해실 그럴수록 난 더 깍듯이 손님을 모신다.
정중하게...극진하게...

그 손님들이 돌아갈무렵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먼저간 일행중 한 여자분이 손짖으로 나를 부른다.
" 네 손님 "
소리와 함께 카운터로 가니 손님은 말을 한다.
" 아줌마 성격이 참 좋으시네요. 다른사람들도 다 그러죠? "
" 아니 아닌대요. 감사합니다 곱게 보아주셔서 "
식대를 계산하고 남은돈 육천원...
끌어간 내 손에 가만 쥐어준다.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에 화끈거리는 낯빛 감출수 없었지만
사양치 않고 감사합니다의 소리와 함께 그냥 받아둔다.

조금씩 몇푼씩 받아드는 팁이라는 이름이 나를 가끔은 슬프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프로라는 자긍심도 갖게한다.
사는동안...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