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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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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BY 스마일 2000-09-15

나의 시댁은 멀고도 먼 전남 진도다.
갈때는 그래도 막히지 않게 가서 9시간 걸렸고 올때는 18시간 걸려서 왔다.
그래도 나는 결혼하고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녀 오곤 한다.
형님네도 우리랑 가까이 살지만 잘 내려 가시지 않았다.
힘든데 형님네도 가지 않는데 왜 둘째인데도 그렇게 내려 가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몸 힘든것 보다 마음 불편하게 더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어느해에는 둘째를 가져서 낳을때가 다 되어서 못내려 간적이 있는데 마음이 너무도 불편 하였다.
그렇게 힘들게 내려가면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뵙는것이 그나마 마음의 위로가 된다.
너무도 먼 거리어서 길에다 버리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내려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도 생후2개월부터 데리고 다닌 길이라 이골이 난 듯하다.
4살작은애도 차타면 자서 거의 도착하면 깨서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우리 시어머님은 내려가서 명절을 세기도 전부터 자식들에게 싸줄것부터 챙기시는 분이다.
혹시라도 뭐 하나 빠뜨리고 보내지 못할까봐서 ...
냉장고엔 자식들 수만큼 옥수수도 얼려 놓으시고 콩이랑 힘들게 뜯어 말려놓은 고사리랑 여러가지 것들을 봉지에 꼼꼼하게 싸주신다.
나는 그것들을 가지고 올때마다 너무도 죄송한 생각이 든다.
형님이랑 동서는 욕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챙기지만 나는 어머님이 싸주시는것을 마다할때가 많았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눈짓을 하시면서 욕심도 없다고 나무라시곤 하셨다.
이제는 그것이 어머님의 사랑임을 알기에 그저 싸주시는데로 감사히 먹겠다고 가지고 온다.
자식들이 다 올라올때는 대문간에서 눈물을 보이신다.
그모습은 더 마음이 아프다.
용돈이라도 조금 드릴려고 하면 한사코 마다하신다.
그래서 늘 올때 급하게 주머니에 넣어 드리고 온다.
올라와서 전화드리면 돈많이 쓰고 갔다고 안쓰러워 하시고.
그런 어머님 아버님을 난 사랑한다.
어떤때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으셔서 답답할때도 있지만 그게 어머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님만의 방법이신것 같다.
다음에 또 내려 갈때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지만 우린 또 그렇게 내려갈 짐을 꾸릴것이다.
어머님과 아버님의 사랑은 먼거리를 가는 힘든것 보다 훨씬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