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황금알>
내 어릴 때 부엌 찬 광 시렁 위 아담한 대 광주리 안에는 내 주먹보다 더 큰 노란, 그것도 아주 샛노란 황금알이 가득 담겨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 황금알은 날마다 할아버지께서 침수 드시기 전 간식 상에 기품 있게 올려져 들어가곤 했다. 난 그게 분명 닭장의 많은 암탉 중 한 놈이 낳아놓은 진짜 황금알인 줄 알았다. 귀한 것은 무조건 할아버지께 드리는 음식 이였으니까...
그런데, 그게 흔해빠진 감귤이었다는 걸 난 거의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탓인지 난 냉장고에 과일을 풍성하게 채워 놀 줄을 모른다. 오늘은 큰맘먹고 그 황금알 을 한 봉지 살 요량으로 청과시장엘 나갔다.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황금알 가게 앞에서 머뭇거리며 "감귤 오천 원 어치만 주세요"했더니 놀랍게도 포장된 상자를 덥석 내어놓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아니~저 한 상자말고 오천 원 어치만 주세요".했다. 목소리는 자꾸 목 줄기가
잡아당긴다. " 한 상자가 오천 원 이지라우".질로 존눔이랑게유".나는 이게 웬 횡재인가'싶어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 귀한 황금알이 한 상자에 오천 원 이라니 ? 세상에,(농사지은 사람은 얼마나 속쓰릴까)
난 은행에서 방금 허리띠를 풀고 나온 천이백원짜리(난 마음속으로 새 돈은 이백 원쯤 가치를 더해준다,) 다섯 장을 건네자, 주인은 한 장을 다른 주머니에 나눠 넣는걸 보자 궁금해 서 여쭈었다.
"아~예, ㅎㅎ 불우이웃성금으로 개시헌 물건값이서 천원씩 띠어놔유".
(워메야, 황금알 장시는 짱이랑게잉!)난 내가 좋은 일 한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상자 안을 본 순간 나는 부푼 가슴이 손에서 놓아버린 풍선처럼 '푸르르'맥이 빠진다, 황금알은 보이지 않고 하얀 곰팡이가 버섯처럼 피어있는게 아닌가,,,.
'시상이나 만상이나~~불우이웃까지 돕는다 시는 그 아자씨가 ,,,
우째 이런일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당장 싣고 달려 갈까나...씩씩거리며 내가 왕왕 울분을 토하자,
"그냥, 안 썩은 걸로 골라서 먹고 말아요.
요즘 날이 푸근하여 다 썩을 때야, 그장사도 어쩔수 없었을꺼요,한다.
난 새머리로 생각해 본다.''그 돈으로 불우이웃 돕는다는 데 그래 ,내가 손해보고 말자''
역시 황금알은 황금알이다, 썩은 알도 돈주고 사니 말이다.
난 아까워서 그냥 버릴 수 없어서 궁리 끝에 썩은 껍질을 죄다 까발리고 진짜 노란
알맹이를 빼내어 설탕 한 봉지 더 투자하여 하루종일 끓이고 조려서 새콥달콤 쨈을
만들었다.
"커피 병으로 열병은 족히 되고도 남겠네, 친구 선호도 한 병 주고, 쨈을 좋아하는 시누님 도 한 병 주고, 빵을 즐겨먹는 대전막내 시누이도 두어 병 주고, 옆집 할머님께도 한 병 드리고, 서울서 자취하는 아들놈들 주고 에구~~누구 줄 사람 또 없나!!!...
난 오늘 온 종일 썩은 황금을 재련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역시 황금은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