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으로 가슴앓이 했던 나의 청춘.... 풋사랑도...농익은 사랑도 내겐 늘 해바라기일 수 밖에 없었던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아름다운 사랑.. 마음 한 켠에는 그런 사랑하나 엮어 봤음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으니 아직 내겐 젊음의 피가 들끓고 있나보다... 봄과 겨울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날들이다... 어제만해도 살을 에이는 바람에 옷깃 여미게 하더니.... 뺨을 스치는 바람이 살가운 아기손의 매만짐처럼 느껴진다... 사랑은 보드라운 솜사탕처럼 달콤하다는데... 그 달콤한 사랑을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한참 공부에 열중하여야 할 나이....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공부... 집이 하숙집인냥 이른 아침 눈 비비며 일어나 등교하면서 별 반짝이는 한 밤중에 들어오는 아이... 이제 18살이 되는 아들녀석이... 풋내나는 사랑을 하려는지 요즘들어 무척 나에게로 다가온다. 약간 소심한 성격에 웬만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아들녀석... 내팽개쳐 여기저기서 얼굴 디밀고 있는 핸드폰을 손에서 떼어놓질 않는 모습이 수상쩍어 잠시 방심한 사이에 저장되어 있는 메시지들을 열어 보았다.. 에미의 못된 습성이기 보다는 아들에게로 한발짝 다가서기 위함이리라... 그래서 보니 6학년때 한참 편지를 주고받던 아이... 졸업하면서 남.여중학교로 구별되어 이 좁은 동네에서 스치우듯 만날 동네에서 서로 새침거리며 연락을 끊어버리더니..... 언제부터인가 연이 닿았는지....메시지 내용이 무척 가까운 듯 느껴진다... 공부를 마치고 밤늦게 들어온 아들이...내게 말을 건다... "엄마...나 공부땜에 스트레스 받는거.....이 폰 메시지로 다 푼다..." 하고 말하는 아들녀석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사랑스럽다... "누구랑 하는데...." "엄마가 그랬지, 울아들 초등시절엔 잘 나가더니 중학교 들어가면서 어찌 여자친구가 하나두 없냐구.....올해는 엄마....심심치 않을거야." 하고 말을 한다.. 순간 웃음이 터져 그칠줄 모른다.. 이렇게 시작되었던 아들과의 대화가 실 풀리듯 술술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메시지 주고 받으면서 둘이 서로 사귀자고 말했어... 얼마 전에 만났는데 역시 예쁘더라... 무지 쬐끄맣더라.... 키 무지 컸다고 놀래더라... 둘이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다 알리고 싶더라..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더라... 서울에서 시계를 사와 전해주었는데 무지 좋아하더라... (나쁜놈..나한텐 선물하나 안주던 놈이...) 입이 재봉틀인 듯 끝이 없는 아들녀석의 여자친구 자랑이다... 들으면서 '아, 내 아들이 저렇게 컸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 "엄마는 이성교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아... 다만 한 곳에 빠지다 보면 아무래도 다른건 소홀히 하게 되거든... 공부하는데 아무래도 방해가 되면 안되겠지?" "알아 엄마...6학년때도 그애랑 편지 교환하면서 우리 성적 몇점까지 올리자 하고 약속까지 해서 지켰었어" 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에미 마음이 어찌 나 몰라라 하듯 방관할 수 있으랴... "그래...그것이 오히려 약이될 수 있으니까....한눈은 팔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철없는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자신은 풋내기 사랑이긴 하지만 제 자신이 어른이 된 듯 흐뭇하기만 한가 보다.. 조금 불안한 것은 욱죄이는 학교 생활에 탈출구가 다른게 아닌 여자친구와의 만남에 너무 폭 빠져 버릴까 싶은 조바심 때문이다.. 자분자분하면서 여린 아들의 성격 탓도 한몫을 하겠지만..... 풋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벙글거리면서 자기는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아이... 중학교때 많은 여자아이들이 옆구리 쿡쿡 찔러도 그 아이 생각에 아는척도 안했다는 아이.. 발렌타인데이라며 쵸콜릿이 듬뿍 담긴 한아름이나 되는 분홍빛 바구니를 안고 들어오면서 함지박만한 웃음 띄우며 자랑하던 아이... 아직은 순수한 우리 아들의 마음 속을 알수는 없지만 분명 사랑이 찾아 온 것이리라.. 웃으면서 "엄마가 선수니까 여자의 마음을 알수 없을때 언제든지 물어봐"하고 넌즈시 한마디 한다. 아들녀석에게 다가온 순수한 사랑에 염려반을 보태면서 힘을 돋구어 준다.. 나 역시 풋사랑을 느꼈던 여고 시절... 그 사랑에 열병을 앓아 본 나이기에 이왕이면 순풍에 돛을 달 듯이 학교생활과 병행해서 우정이든 사랑이든 아무일 없이 성장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욕심일까..... 따순 봄바람에 기억 저편 자리잡고 있는 내 청춘이 되살아 나고 있다.. 다시 올수 없는 날들이긴 하지만 아들의 나이로 돌아가 잠시 상념에 젖어본다... '아들아... 엄마는 말이야... 엄마는..혼자서 애태우면서...그렇게...그렇게...사랑을 시작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