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인지, 넉달만인지 미용실에 갔다.
곱슬레이트 하러 세번째 그 미용실에 가는 것이었다.
직원이 남자미용사로 바뀌었다.
그가 날 반겨주고 내 소지품을 챙기고 가운을 입혔다.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결혼 후 처음 느껴지는 낯선 남자의 신선감, 그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겉으로야 당연히 내 머리를 만질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관심없다는 표정이었지.
그 어린 남자의 열손가락이 부드럽게, 혹은 터프하게 내 머리결을 만지는 느낌은 이 가을에 싸늘하고 쓸쓸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것보다 더 좋았다.
그런데.....
열기구를 내 머리카락에 대는 순간부터....
난 온 몸을 뜨거운 열기구가 내 두피에 다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내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다른 여미용사들은 기껏해야 2,3번 아,뜨거 하면 조심했었는데 그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마조마 해야했고 중간중간 그는 내 두피를 달구었다.
이유는 잔털이 많아서란다.
나는 그 말의 느낌이 잘 이해가지 않았다.
되물어야했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그건 '털'이라고 하나요?
그는 웃었다.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앗, 뜨거!
집으로 돌아온 나는 피곤하다.
넘 피곤해서 잘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긴장해 있어나보다.
이 사람한테 머리 못맡기겠다는 소리를 할까 여러번 망설였었다.
하지만 그 어린남자의 마음에 상처 받을까봐 그럴 수 없었다.
긴장이 풀린 지금 넘 피곤하다.
가을이 다가온다고 그러는지, 컴 땜에 잠을 잘 못자선지
얼굴에 뾰도록지도 몇개나고 입술도 가장자리가 아파서 밥도 잘 못먹는다.
나는 지금 쉬어야 한다.
그 남자미용사를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