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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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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나라계산법


BY 밥푸는여자 2003-02-13



바람이 분다
그리 부드럽던 하늘마저 새침하니 말이 없다.
찬 기운이 하늘까지 닿아 창백한 하늘이다.
거울 속에 흰 서리 내린 머리카락을 드려다 보았다.
인생공부가 참 버거운지 하루하루 된서리 맞는 기분이다.

자식이 스승이요 ... 타인으로 인해 마음 병 생긴 적 없는데..
내 속에 또 다른 나로 빗어진 내 자식으로 마음 졸이기도 하고
기대에 어긋날 때 마다 또 다른 안위로 긍정적인 말과 눈빛을
지어내는 댓가로 머리에 흰 서리 앉는 것 아닌가 싶다.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나고, 딱지앉고, 아물고 그러길 수십번 이제
" 인생이 그런거야, 자식이 그런거야.."하며 혼잣말 되뇌인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긴 없는 것인가보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착실하고 제 앞 가름 잘하는 자식을 두었으면서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욕심 나는 허울 좋은 잣대로 인해 자식에게 능력 이상의 기대를 하며
마음 욕심이 부풀어 가는 것은 모든 부모들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상 무엇보다 자식으로 인해 다스려감이 곧 해탈이리라.

그나마 넉넉하고 부요한 마음과 입술의 절제로 자식 마음 편케하며
지내온 수 세월이었건만 내 안에 무수히 많은 이율배반의 욕심으로
인해 내 스스로 못 이기는 버거움과 아픔이 스스로에 대한 절망감으로
답답증을 불러오기도한다. 게 걸음 걸이로 살아온 어미 모양새를 보아온
아들에게 공격을 받는것은 왜 자기는 엄마처럼 옆으로 걸으면 안돼는 것
이냐는 것이다. 가끔은 손해 보고, 내 것 나누고 때론 빼앗기며 살아도
인생사 길게 보면 괜찮은 것이라며 남을 배려함이 살아가는 됨됨이의
근본이라 가르친것이 입술 뿐이었는지 막상 자식이 자신을 쳐내가며
친구들을 위해 제 시간과 물질을 쪼개 것을 바라보면서 긴 한숨으로
'못난 놈..' 하는 나의 속 마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

마음 넉넉하니 다스려 간다고 자부했건만 남성과의 구별됨에 못 미치는
것이 아녀자 마음인지 늘 자식을 위한다는 배려가 짧은 막대기 휘두르며
촐싹거리는 모양새이다. 언제나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주는 아들을 보면
사내로 나이가 가져다 주는 값을 잘 받아 누리는 듯하여 좋긴하지만..

내 이런 갈등은 아마도 '여자'이기 이전에 '에미'란 이름의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에도 몇천번씩 썰물과 밀물처럼 가슴벽에
부딪히고 가는 번뇌의 물살이 가슴에 퍼런 멍으로 자식 생각할 때 마다
저리다. 마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 살아오며 자식으로 인해 얼룩진
멍자욱 보다 어쩌면 내 어머니 마음자리 멍자욱은 훨씬 더 클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정 날 아침 한 그릇의 떡국 그릇에 뚝뚝 떨궈
지는 아린 마음은 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보다 멀리 떠나 떡국
한 그릇도 먹지 못 할 아들에 대한 아린 마음인 것은 도대체 어떤
계산법에서 나온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