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아빠는 아침 저녁으로 나를 학교에 다니고 다니셨다. 집은 멀고 새벽같이 학교를 가야하니.....
하지만 그런 아빠 보다는 엄마와 싸우고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술 냄새를 풍기고 들어오시면 우리가 도망을 가야 하는 그런 아빠의 모습 때문에 나는 아빠가 미웠고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불만들만 쌓여갔다.
그런데 아빠가 하는 모든 일이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농사를 짓게 되셨다. 집과는 멀리 떨어진 그 과수원에 갔을 때 여기 저기 각양각색의 나무 들이 심겨져 있었다.
"아빠 저거 뭐예요?"
"저건 배나무, 저건 사과나무, 저건 포도 그리고 저건,,," 끝도 없는 아빠의 설명에 "저건 다 뭐하계요"
"네가 시집가면 여기가 외할아버지 집이 될텐데. 원래 외가에는 먹을게 많아야해." 하셨다.
결혼식에도 아빠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다. 엄마와 서류상 이혼이 된 상태였고 난 아빠에게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를 못본지도 벌써 3년여가 되어간다. 그새 난 애기엄마가 되어 우리 애기에게 외갓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아빠가 심어 놓은 나무들은...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된 아빠는 어떤가 하는생각이 든다.
이제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부를 나이가 되어 버렸다. 얼마전 설에 친정오빠는 아빠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웃음이 없으신 아빠가 친척애기를 보고 웃고 계셨다고 했다. 우리 애기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만나면 아버지가 아니라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 듯도 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