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을 꼽고 피며 수를 헤아리면
다 셀 수 있는 작은 인원이 모이는 교회에서
점심식사 설거지하는 것이
제가 맡은 포지션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허드렛일
교회 내에서도 가장 낮은 곳입니다
그 일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핸가
너무나도 추웠던 늦은 저녁에
서둘러 귀가하던 길이였습니다
시장 통이 끝나는 후미진 곳 리아카 널빤지 위에
생선 몇 무더기 남아 있는 생선 장사를 보았습니다
찬바람이 볼을 에는 매서운 추위가 가득 찬 시장 끝자락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예, 오천원 받았는데요 사천원만 내세요
그 가격이면 남는 게 전혀 없어요"
"아유, 그러시면 안되지요. 자, 여기 오천원 제대로 받으세요
오천원도 싸네요 뭐"
천지가 빙하처럼 얼어 붙었던 추위 속에서
파르스름한 생선 장사의 얼굴과 마음에
촛불의 온기만큼이나마 따듯함이 전해 졌으리라
전 믿습니다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스치던 환한 빛을 보았고
우리사이에 오간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임을
그도 나도 느꼈다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겨우 촛불의 온기밖에 못 주었어도
내겐 온 몸이 장작불로 데워 지는 듯한 행복감.
낮아질 수록
덜 가질 수록
상대를 배려할 수록
더욱 행복해지는 불가사의(不可思議)
내가 아는
사랑의 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