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에(1)-크리스마스
요즘 애들은 크리스마스 하면
아주 큰 명절중의 하나에 속하지만
나 어리적엔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르고 자랐다.
겨울이면
논바닥에 얼음이 얼면 썰매를 타고 놀다가
구슬치기를 하고 놀기도 하고,
딱지치기를 하기도 하고,
연을 만들어 연을 날리기도 하고,
눈이 많이 내리면 눈싸움을 하거나
미끄럼틀을 만들어 찬물을 끼얹어 놓았다가
다음날 얼음판처럼 미끄럼틀이 반질해 지면
닳아빠진 할머니 흰고무신을 신고
미끄럼을 타고 놀기가 일쑤였다.
또 겨울이면 어김없이 뻥튀기아저씨들이 오셨다.
그 땐 내 기억으론 돈으로 셈을 하지 않았던것 같다.
옥수수나 누룽지, 쌀 강냉이를 튀기면서
옥수수를 한되 더 주던가
아니면 보리쌀을 한되 더 주던가 했던것 같다.
그것도 없으면 장작을 보태어 주고 튀겼다.
그 땐 장작을 때가며 손잡이로 돌려가면서
강냉이를 튀겼다.
그래서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하던 애들중엔
그것을 돌려주고 "뻥이요..." 하고
한방 터지면 한움큼씩 얻어먹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매해 보내는 겨울이었건만
지루한줄 모르고 겨울을 잘 보냈다.
크리스마스가 뭔지 알턱이 없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쯤인지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제법 컸을때인것 같다.
아빠가 읍내 장터에 나갔다 오시더니
둥그런 뻥과자 한봉다리를 내놓으며
"옛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이러시는거다.
물론 TV에서 봐서 크리스마스가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도시아이들이나 누리는
잔치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 생각으로도 난
울 아빠가 그래도 세련되셨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서울 애들이 알면
그깟 뻥과자 하고 비웃을지 몰라도
내겐 아니 우리들에겐 처음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것이다.
생일선물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우리들인지라
아빠의 그런 태도에 적쟎이 놀랬다.
그리고 아빠가 무첫 멋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 때는 그 뻥과자도 먹어보지 못했던거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흔하게 강냉이는 먹었었다.
그것도 쌀강냉이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
엄마가 숨겨놓고 조금씩 내어놓았기에
몰래 훔쳐 먹지 않으면 구경을 하지 못했었다.
옥수수 강냉이는 지겹게 먹었다.
그런데 그 뻥과자는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것이 참 맛있었다.
그 이후론 우리도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뒷뜰에 있는 나무에 장식도 하고
제법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도 했던것 같다.
이제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어
트리를 장식해 봐야겠다.
남편, 큰애, 작은애 모두에게 내 마음을 담은
카드를 만들어 트리에 얹어 놓고,
새해의 바램도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