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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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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이야기.


BY 도요새 2001-07-30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습니까?
아,제 친구와 그 남자애가 사라진 후 부터이군요.

그들은 저녁 먹을 때 쯤에나 돌아왔습니다.
집회에도 참석하고 게임도 했다며
저녁식사후 캠프화이어가 있는데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다 함께 모래사장으로 나갔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큰 원을 그리며
청춘남녀들이 둘러앉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 큰 원이 몇 개나 되었습니다.
우리도 한 원의 일원이 되어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물론 다 모르는 사람들 뿐이었지요.
그거 좀 홀가분 합니까?

그러다가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혹시,아이 엠 그라운드 하며
산 이름이라든가 강이름 대는 게임,아시나요?
이 거 제 나이 들통나는 거 같습니다.
암튼 상대방 이름을 대는 게임이었습니다.
각 교회의 청년들이 모였으니
서로 옆사람 이름 물어보고
외우라는 뜻이었겠지요.
그러나 그 때만해도 어디 그런가요?
각 자 자기옆에 같이 앉은 친구의 이름들만 불렀지요.

자기들끼리 부르고,손가락질하고,웃고,
우린 완전히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홀연히,정말로 느닷없이
어디선가,누군가가... (이건 짱간데....)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다니까요,진짜.
설마...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부른 건지
한 남자애를 그 주위의 친구들이
디립다 패며 이렇게 외치는 거였습니다.
"야,누구야,그게? 그 이름 어떻게 알어?"
그 애였어요,성수.
저도 은밀히 그 이름을 알아봤지요,뭐.

제 친구가 말없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말없이 따라 일어났습니다.
나머지 친구들도 다 일어났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우리는 모래사장에 팔베개하고 누워
얘기하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별을 헤다가 했습니다.
멀리 왁자하게 웃는 모닥불더미를 배경으로
우리는 깜깜한 밤에
철석철석 파도소리를 반주삼아
많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히식스의 해변으로가요 에다
윤형주의 조개껍질 묶어...하는 거 있잖습니까?
하얀손수건,과수원 길
아마 흑산도 아가씨도 불렀을걸요.
제 친구가 노랠 참 잘하거든요.
저요?음칩니다.
근데,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노랠 불렀지만
왠지 뒤게 슬펐습니다.

3박4일 동안을
성수가 제 이름을 불러 준 죄로
제 친구에게 절절매며
그렇게 보냈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걘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을까?
지가 물어봤을까?
아님 친구가 그냥 가르쳐 줬을까?
생각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항상 거기에서 멈췄습니다.
아니,맴돌았습니다.

제 친구와 영활보고 찻집엘 갔습니다.
둘이 하루도 안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제 친구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너 걔 어떻게 생각 해?"
"누구?성수?"
"응."
"뭘?"
"난 말이야..."
"......"
"너랑 성수랑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애."
가슴이 쿵!떨어졌습니다.
제 친구때문 이냐구요?
아뇨,성수가
나에 관해서
무슨 얘길 한 건 아닐까해서.

그 때부터 내 맘속에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거 소설이라구요?
글쎄,
쓰다보니 어째 좀.....
에세이로는 그렇지요?

피서철은 됐고
가지는 못하고
추억이라도 곱씹자...
용서가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