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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 다녀와서...


BY 해당화(강향숙) 2000-12-08





난 요즘 몹시도 우울하다.
불과 며칠 안되는 사이에 천당과 지옥 사이를 왔다갔다 한 기분이다.

이번 주말이면 우리의 결혼 10주년 되는 날 이다.

지난 화요일 그러니까 12월 5일 생각없이 산부인과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루종일 생각없이 마냥 있다가 저녁무렵 갑자기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것은 그 동안 내가 너무 내 건강에 신경쓰고 살지 않았던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의약분업 되기전 까지는 특별하게 어디가 아파서 병원 한번 가본적이 없던 나였고 산부인과는 정말 너무도 가기가 싫어서 2년 정도는 안갔었다.

여자들이 제일로 가기가 싫은 곳이 산부인과라고 하지 않던가?

루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루프를 체인지도 할겸 자궁암 검사도 받을겸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사뭇 심각한 얼굴로 자궁 경부쪽에 상태가 안좋은것 같다며 검사결과를 기다리자고 말씀하셨다.

검사 결과는 1주일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하셨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별의별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이었다.

여자로서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아직은 어린 아이들 얼굴과 남편 얼굴도 갑자기 클로즈업 되어 다가오고...갑자기 슬픈 생각이 봇물처럼 밀려왔다.

병원에서 집에 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마음으로는 검사 결과 나올때까지 초연하게 기다리자고 생각 하면서도 내 스스로 차분하게 감정 처리한다는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검사 결과 나올때 까지 기다린다는것이 시간시간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하혈이 시작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하혈이 있어도 놀라지 말라고 했었기에 묵묵히 기다렸지만 마음이 초조해지고 다급해짐은 무슨 까닭일까?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루프 부작용인것 같다며 나오라고 했다.
이틀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더니 암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다행히도 암은 아니라고 판정 되었지만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상태라며 3개월뒤 다시 암 검사를 받아보자고 말씀 하셨다.

지금은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만 그 동안 너무 내 건강에 신경쓰고 살지 않았음을 내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지금 이 시간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있었다면 내 몸 에 병을 키워가는지도 모르게 키워갔을거고 아마도 일상적인 내 삶을 내 몸 아파 가는것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머리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있는 기분이다.

서른 끝자락 나이에 잠시나마 혹독한 경험을 했다.

3개월뒤에 재검의 날짜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때까지도 초조해 하지 않기로 마음을 즐겁게 가지며 기다리기로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


여자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지켜가는것도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