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뉴스에서도 보았고,
오늘 신문에서도 읽었지만
이 시대의 왕따문제는 아이 키우는
내 입장에선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새로 전학 간 초등학생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집단구타까지 당해서 하루에 10만원씩이나
든다는 사설경호원까지 고용하게 하다니...
오죽하면 그 방법까지 동원했을까
생각을 하니 내 가슴이 다 답답해온다.
이번 뉴스를 접하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우리 큰 시누이네가 안산에서 살다가
큰조카 중학교 1학년때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러니까 작년초이다.
그런데 이사하자마자 조카가 학교에서
친구들을 매일 데려오더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먹고, 오락을 하면서
놀다가 친구들을 보내곤, 또 다음날이면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또 그렇게 놀다가
보내곤 했다고 한다.
시누이는 귀찮은 생각에 조카만 나무랬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조카가 엄마에게 털어놓더라는 것이다.
"엄마, 나 사실 그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왕따 안당할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엄만 내 속도 모르고 구박만 하고..."
세상에 마냥 속없는 애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어린것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했을줄이야...
평소에 조카는 허허거리고 잘 웃고 다녔다.
키는 180이 다 되어가지고,
집에선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된 동생과
허구헌날 싸우기나 하니
언제 철이 드느냐고, 공부나 좀 잘하라고
시누이는 늘 구박을 했었다.
그럴때마다 난
"그래도 그 나이에 순진하고,
속 안썩이고, 성격 좋고... 저만하면 나무랄데 없네요.
공부는 뭐 억지로 하나요..." 하고 조카를 두둔했었는데...
그 당시엔 엄마가 잔소리를 하던 말던
(평소에 부모님 잔소리가 심해서 아예 흘려듣고
"예 알았어요. 예. 예..."하는 조카이다)
엄마에게 다른 설명도 대꾸도 없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던 조카가
한참 뒤에서야 그 얘길 털어놓았을때
시누이랑 시누이 남편이나
내 남편이나 나나 다들 기특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 때 말을 했더라면 아마도 부모된 입장에서
학교에 찾아가거나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조카는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리고 왕따 당하기 전에 조짐이 있을 때
먼저 선수를 쳐서 친구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어린것이 잠깐이었겠지만
겪었을 갈등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다행히 잘 적응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친구들 간에도 인기가 참
좋다고 주위 친구들이 말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뒤 반장도 하고,
2학년이 되어선 회장도 되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어른이건 애들이건
새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렵게 마련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조금 더 강하게 키우고
자립심을 키워주면 좀 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더 빨리 익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