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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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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랑 첫날 밤 이불에 실수하다(펌)


BY cok8821 2003-01-24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아내와 2년 반 연애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도
행복하지만 그땐 얼마나 좋았던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웃지 못할 사연이, 그것도 신혼 첫날 밤에 있었으니……. 평생
아내에게 약점 아닌 약점으로 잡힐 실수를 하고 만 것입니다.
결혼식날
우리는 피로연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녀석들 성화에 못 이겨
대구 공항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즉석 피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작정을 했는지 무진장 술을 먹이더라고요. 기분 좋은 날이니
거절할 수도 없고 주는 대로 다 마셨지요.
그런데 아시죠? 결혼식 날은 바빠서
아침부터 밥 구경도 못하는 거, 그래도 배부른 날이라는 것을. 빈속에
연거푸 술을 마시고 거기다 폭탄주까지 마시니 그만 쉽게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비행기 탈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술이 깨지 않는 겁니다. 연말이라 여행 가는 사람이 많은 탓에 비행기 티켓은
턱없이 모자라 그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그야말로 신혼여행도 갈 수 없는
처지였지요. 더구나 술 취한 사람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뒤늦게 친구들이
저를 챙기긴 했지만 그리 쉽게 술이 깨지 않았습니다. 찬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고 약을 먹고…… 공항에 가기 전부터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더군요.
하지만 일생일대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고 신혼여행인지라 안간힘을 다해 정신을 차려 무사히
탑승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들으니 대구에서
제주도 가는 40분 간의 비행 시간 동안 승무원들이 10분 단위로 제게 왔다고
하더군요. 혹 기내에서 토할까 걱정이 되었겠지요.
다행히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 정신에도 양가에 전화를 하고
식사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더군요. 게다가 사이
사이에 “미안하다.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와서. 내년에 결혼 1주년 되는 날엔
호주 한 번 가자. 내가 꼭 데리고 갈게. 섭섭하더라도 이번에는 이걸로
만족하자.”라면서 위로도 하고, “나랑 결혼해 줘서 진짜 고맙다. 앞으로 잘
할게. 행복하게 살자.” 약속도 하고 그랬답니다. 그러니 아내는 제가 술이 다
깬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따뜻한 방 기온과 저녁
먹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저는 바로 잠이 들었답니다. 심지어 거의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아내가 친구들이 선물로 준 과일을 좀 먹고 자겠다고
하는 데도 제가 부스럭거린다고 못 먹게 했답니다. 설마 배고프다는 아내에게
먹지 말라고 했겠냐며 반박을 해 보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는 까닭에 아내의 말을 믿어야지 어쩌겠어요. 제 기억에 없는 걸.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습니다. 말하기 창피할 만큼 큰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아내는
먼저 잠든 제 옆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아 글쎄, 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랍니다. 놀란 아내가, “자기야! 왜? 어디 가려고?” 물었는데 대책 없는
제가 그만 ‘쉬’를 할 폼이랍디다. 벽을 붙잡고서. 황급히 “거기 아니야.
화장실은 저쪽에 있어.” 라고 말했는데 너무나도 급한 나머지 제가 그만
이불 위에 실수를 하고 만 것입니다. 아내가 부랴부랴 일어나서 저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려니까 이번에는 창문을 열고서 또 볼일을 본다 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고요. 그렇게 밤새 술 취한 남편을 말리느라 아내는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이불의 차가운 기운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아내가 침대에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저는
문제의 그 이불을 들추며 “호텔 이불이 왜 이리 꿉꿉해? 잠을 못 자겠네.”
하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 순간 나를 쳐다보던 아내의 썰렁한
눈빛이라니……. “뭐? 꿉꿉해서 잠을 못 자겠다고? 누가 그랬는데?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거야?” 하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더군요.
그리곤 자기는 도저히 그 이불 위에서 잘 수 없어서 바닥에서 잤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다고 해도 그 축축한 이불 위에
자게 내버려두었는지……. 야속하고 냉정한 아내란 생각에 지금 생각해도
섭섭하기 짝이 없어요.
그렇게 신혼 첫날밤, 술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약점이 잡힌
이후 아내는 가끔 공갈 협박을 하곤 합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 치명적인 사건을 들먹이면서 치사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킨답니다.

함께가는세상 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