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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25) -- 또 한번의 도전


BY ps 2003-01-24


"자기야, 전화 받어!"
"누군데?"

할리우드에서 사진점을 하고 있는 동생이
안부겸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한 전화였다.

우리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큰 몰(mall) 안에 자리가 하나 났는데,
사진점 하기에 아주 알맞은 자리라고...
얼마 전에 우리가 쓰던 기계가 아직 있으니 (부모님 집 차고에)
한번 생각해보라고...

지난 번 도전했다가 쓴 맛을 봤던 기억이 아프게 떠올랐다.
몸고생... 마음고생... 그리고 잃어버린 집.....
돈에 대한 욕심을 접고 그저 평범한 엔지니어로 소박하게 살겠다고
마음을 다져먹은 게 바로 얼마 전인데...
게다가 다시 시작하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구할 데도 마땅치 않고.....


그저 지나가는 얘기를 하듯이 순이에게 의사를 타진하니,
바로 전의 실패때문에 고개를 저을줄 알았던 그녀가
'좋다'는 장소를 한번 보기나하자고 했다.

큰 백화점이 세개, 그리고 이런저런 상점들이 200개 가까이 몰려있는
큰 몰의 입구를 들어서니, 왼쪽으로 세번째에 비어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보자마자 탐이 났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에도 잘 띄고,
몰 안에 있는 카메라점에서 사진을 취급하곤 있었지만
'한시간 짜리' 속성이 아니라서 경쟁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
'처음 시작을 이곳에서 했었더라면...'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며 나오는데
순이가 묻는다.

"저런 장소는 월세가 얼마나 할까?"
"꽤 비싸겠지. 몰 안에 있으니까!"
"정말로 'one hour photo'를 하기에 안성마춤인 자린데..."
"....."

저녁식사를 끝내고 T.V.를 보고있는데,
후식으로 사과를 깍고있던 순이가 물었다.

"사진점 다시 시작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그건 생각해 뭘해?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는데..."
"꾸면 되잖아?"
"담보도 없는데 누가 그 큰돈을 꾸어주겠어?"


그런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시카고에서 20년 이상 간호사로 일하셨던 순이의 작은이모께서
은퇴를 위해 모아두셨던 돈이 꽤 있는데 주위 사정상
은퇴를 5년 뒤로 미루셨다고, 필요하다면 그 돈을 빌려주시겠다 했다.
'둘이 열심히 사는 걸 보니 믿어도 되겠다고'

두번째의 도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모험...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우리에 대한 순이 이모님의 믿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아니됐기에...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꽤 있었으나,
지난번의 실패가 우리의 모자람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 기회가 왔을 때 다시 한번 해보자!!'

큰 마음 먹고
결정을 내린 뒤,
첫번보다 더 열심히.....


3년만에
우리는 이모님의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고,
그리고 2년 후엔
우리의 아담한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

지금은
아리조나 주에서 은퇴생활을 즐기고 계신 이모님!
우리를 믿으셨던 그 마음을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