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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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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2)


BY 들꽃편지 2000-12-08


중학교 때 난 철부지였다.
짝사랑했던 선생님도 없었고
남학생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다.
공부도 적당히 했고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꿈도 적당히 꾸었다.

노을이라는 빵을 매일 먹고 싶었고....
비슷한게 있어서 몇년전에 먹어 봤더니 그 맛이 아니였다.
한 친구만 좋아해 병적으로 질투를 했었고....
지나고 나니 어리석고 미안해서 숨어 버리고 싶다.

그림에 대한 큰 꿈은 없었지만
미술시간이 기다려졌고 즐거웠었다.
하지만 한 선생님으로 인해 작은 꿈마져
변기통에 휴지처럼 흐트러졌다가 쫙 빠져나가고 말았다.

헌 접시에 계란 껍질을 모자이크처럼 붙혀 물감으로 그리고,
니스를 칠하는 폐품를 재활용해 만드는거였는데,
잘 한 사람은 뽑아서 학교에 전시까지 한다고 했다.
꼼꼼하게 계란 껍질을 붙히고 무지개색으로 물감을 칠한 다음
가운데에 빨간색으로 '사랑'이라고 예쁘게 썼다.
친구들이 잘 했다고 뽑힐 것 같다고 했다.
미술시간이 얼른오길 설레임 속에 기다렸고,
자신있게 미술선생님께 보여 드렸더니,
"잘 했는데... 하필이면 사랑이라고 썼니?" 하시는 거였다.
날 이상하게 보시면서 말이다
'어! 아닌데... 믿음,소망,사랑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다라는
성경말씀에 나오는 사랑인데요?'
난 속으로만 중얼거렸지 아무말도 못했다.
뽑힌 아이들 작품이 복도에 나란히 전시되었지만,
내 건 없었다.
자주색 굵은 벨트를 항상하셨던 선생님.
그림이 좋아 무족건 미술선생님을 존경했었는데...
씁쓰름한 기억이였다.

존경했던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도덕 선생님.
네모난 얼굴에 네모난 안경을 쓰셨던 분.
좋은 시를 읽어 주시고, 아름다운 노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언제나 인자하시고, 언제나 미소로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
한 학기가 끝날무렵. 추운 겨울 날.
운동장에 한무리의 아이들이 주임 선생님께 혼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아이들.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수업도 받지 못하고
허허벌판 가운데 벌은 서고 있는 거였다.
도덕 선생님은 창밖을 보시며
"얘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하시며 눈에 눈물이 고여 있으신 걸
난 보았다.
지금도 그 모습이 영상되어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아주 큰 사건이 있었다.
체육 선생님 얘기다.
체육 선생님은 예쁜 애들만 표시나게 좋아하셨다.
그것이 이상하게 번지고 퍼져서 변태라는 말이 돌았고...
우리가 쓰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짓을 했다는 말이 나올때 쯤.
체육 선생님은 작별인사도 없이 나오시지 않았다.
선생님이 그만두신 한참까지도 별의 별 해괴한 얘기가 많았다.
그 일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일어난 일 중에서 제일 큰 사건이었다.

예쁜이름을 가진 신애가 3년동안 유일한 친구였고,
신애와 한 동네에 사는 같은 반 경숙이를 쓸때없이 질투를 했었다.
이젠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
우연히라도 경숙이를 만난다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겠다.
등나무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장으로 남아 있는 보고 싶은 신애.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내 꿈도 희미했던 시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