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한손에 뭔가를 들고 오는 남편의 얼굴에
웃음기가 잔뜩 배어 있었다.
나의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아이둘을 불러 내더니
손에든 봉지를 열어 \'이게 뭐~게?\'하면서, 보여준건
오렌지색 귤봉지 속에 자리잡고 있는 빨간 석류였다.
얼마만인지....그러니까, 어릴때 몇번 먹어본 후로 얼마만인가..
석류의 그 신맛을 알기에 석류라는 말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여왔던 기억으로 남편이 보여준 석류를 보자마자
입안에 신맛이 먼저 감돌았다.
그런데 웬걸.. 이건 내가 예전 초등학교 때 먹어본 그 석류가
아니다. 크기는 어쩌자고 이다지도 큰지, 이건 숫제 어른 주먹만하다.
작고 유난히 붉고도 윤기가 나는 토종 석류를 떠올리는 나로선
그 생소하리만치 큰 석류가 참으로 낯설기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남편이 사온 석류는 \'이란산\'이란다.
이란산이라는 말로 해서 잠깐 중동의 메마른 사막같은 땅에
거치른 땅에서도 초록향기를 내품으며 숲을 자랑하던
올리브나무가 떠올랐다. 압바스 히로타미스(?)라는 이란 감독의
3부작중 \'올리브나무 사이로\'에서의 올리브나무를 기억하고는
금세 그 \'이란산 석류\'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석류를 반으로 갈라 보니 그 안에 촘촘히 박힌 보석같은 열매들이
가득히 드러났다.
그 열매들이 이뻐보였서 였을까..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며
처음 맛보는 석류를 별 거부감 없이 입에 가져간다.
나 역시 그 보석같이 반짝이는 작은 알갱이가 반가워
맛을 보았다. 신맛보다는 단맛이 나는, 예전에 내가 먹어본
그 석류맛이 아니었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석류는
시어야 제맛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나 보다. 신맛의 석류를 떠올리며
입안가득 침이 고여왔었는데 막상 먹어본 이국의 석류는
신맛도 단맛도 아닌 묘한 맛을 주었으니 ....
남편은 아이들에게 뭔가 새롭고 신기한것을 보여주는양
신나하는 눈치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과일인데도
그 모양새가 신기해서 인지
연신 알맹이를 입에 가져 갔다.
안 먹으려 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석류를 맛나게 먹는
딸아이를 위해 아이스림을 먹는 유리그릇에 석류알을 하나하나
떼어서 채워주었다.
유리그릇에 채워진 빨간열매!!
그건 열매가 아니라 보석이었다. 그 모습을 아래로 보고 위로 보며
하나씩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는 행복해 보였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오늘 정말 석류를 사오길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유리그릇에 든 빨간열매를 보고 행복해 하는
아이를 보고 나서다.
투명한 막안에 붉은 즙이 들어 있고 그 속에 씨가 박혀 있는 모습이
정말이지 루비와 같았으니 아이가 그랬다. 보석같다고...
그러면서 먹은 씨를 하나하나 정성들여 모으는 것이었다.
봄이 오면 씨를 심을 거랬다. 그래서 문득,
이란에서 온 커다란 석류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 졌다. 적어도 어른주먹만한 크기에
붉은색도 아니고 노릿한 색이 강한 그런 모양의 석류는 아닐테지.
작고 아담한데다, 온통 붉은 색감을 가진 윤이 나는 우리나라석류를
어느정도 닮아 가지 않을까 싶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그 땅 고유의 기후의 영향을 받는거라 잖던가.
정말이지, 딸아이가 모아둔 석류씨를 잘 말려서 보관해 두어야 겠다.
그래서 봄이오고 비가 촉촉히 내린 식목일을 전후해서
그 씨앗을 정성들여 심어봐야 겠다.
딸아이의 이름을 붙여 이름패도 만들어 보고 나무가 잘자라도록
보살피라 일러 주어야지..
그러다 보면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면서 저절로 자연공부를
할테고, 혹, 덤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될지도...
석류는 \'여인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단다.
여성의 성호르몬중 에스트로겐이라는 물질이 석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미용에 좋다는 뜻이다.
절세의 미인이라는 양귀비는 하루에 석류반쪽을 꼭 먹었다고 하니
그말이 빈말만은 아닌것 같다.
그러니,올겨울
이란산 이나마 석류 먹고 이참에 이뻐져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