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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1

낭군님아.. 낭군님아.. 무뚝뚝한 우리 낭군님아~~


BY 윤 2000-12-07

와~ 
거실 창으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
겨울 녀석.. 저 답잖게 다사롭고 넉넉한 품새다. 

그래선지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면 아줌씨들과 
찐~한 망년회 할 생각에 살풋 설래고 있었다.

혼자 포항에 떨어진지도 어언 3년...
친구들에게 보낸 'E-Mail'에 간간이 외로움이 묻어 있었나 보다. 
부산에 있는 친구들이 나를 위로할 겸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를 하잔다.
1박 2일..
주말에 신랑 버려두고 하루밤 꼴딱 새보잔다.

  "우리~ 이모야들 하고 경주가자.. 일요일에.."
깔깔거리며 세살박이 아들 녀석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귓전에 와닿는 소리..
"따르릉~  따르릉~"    

  "토요일에 김장 할건데.. 내일 내려 올래?"
  "예..."
윽~  이번 주말... 울산서 김장하기로 당첨..
시어머님 전화 받고 
잠시 뾰루퉁하고 있다가 어리광이라도 부릴 요량으로 
낭군에게로 수화기를 들었다.

  "자기야~ 어머님이 토요일 김장한다고 내일 내려오래.. 힝.."
  "근데..."
  "... ..."

와~ 이 남자가...
무슨...
아니.. '그럼, 이번 주말에 경주 못가겠네'라고 
한마디 하면 어디 덧나나..

  "이번 주말에 1박 2일 못가잖아아~"
  "아아.. 그것 땜에.."
  "... ..."

어이그.. 어제밤에... 경주 간다고 그토록 얘기 했건만..
내가 말을 말지.. 참참..

씨익~씨익~거리며 '알았어!'라고 한마디 하고 딸깍 끊어 버렸다. 
이대로 있을 순 없지..
친구들에게 부리나케 다이얼을 돌렸다.
회사 다니는 친구는 월차 내기로 하고... 출발일을 일요일로 바꿨다.

  "누구 미워서라도 내가 꼭 간다..."
툴툴거리고 있자니 아들 녀석이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누구 땜에 화났어요?"
  "아빠 때문에.. 아빠 미워!"
호~ 이 녀석이 앵무새처럼 또 따라하기 시작하네..
  "아빠 미워!"
  "그래.. 아빠 미워.."
둘이서 연방 소리 치고 있는데..
또 "따르릉~"

  "여보세요.."
  "뭐 하노?"
낭군님 전화다.
흥~ 좀 미안하긴 했었나보지..
  '어쩌구.. 저쩌구..' 툴툴거리면서
아들 녀석의 '아빠 미워!'라는 결정타 한마디 들려 줬다.

  "미안해요, 안해요?"
  "알았다. 미안하다."
으이구~  미안하다는 말까지 억지로 받아 내고서야
  "엄마.. 이제 아빠 안미워"
라고 섭한 맘을 접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든 거의가 다 이렇다.
나 혼자 삐지고.. 억지로 사과 받아내고.. 
에이고.. 이게다 무뚝뚝한 낭군이랑 사는 내 죄로소이다.

낭군님아.. 낭군님아.. 무뚝뚝한 우리 낭군님아..
많이도 말고 쬐금만 더 자상스러워지면 안되겠소?
나이들면... 서로의 체온으로 살아가기 보다
자상한 대화와 추억으로 살아 간다고 하던데..
많이도 말고 쬐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