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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55) 수건


BY 남상순 2003-01-18

아이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엄마 아빠 어린시절 가난했던 이야기이다.
엄마 아빠들은 열변을 토하는게 또 바로 그 이야기!

하기야 조금 힘겨워도 참고 들어주어야 한다.
반대로 엄마 아빠가 옛날 잘 살던날 이야기만 한다면
지금 비참하다는 이야기이니 그나마 다행한 행복이 아니겠느냐?

나도 미안하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서두를 요란하게 늘어놓았다.

이 저녁엔 수건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오늘도 수건을 10장 넘게 빨아서 빨래걸이에 널고
빨래걸이에 널려있던 10장이 넘는 수건을 걷어서
개어서 욕실 수납장에 모양좋게 쌓았다.

그리고는 또 생각하는거다.
네식구인데 하루에 10장이상씩 수건을 빨아야 한다는게
조금 낭비가 아닌가 싶어 절제를 부탁해 보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아 포기한지 오래다.

내가 자랄때 우리집엔 평균 열식구가 넘게 살았다.
세수하고 나면 매달려 있는 수건은 걸레랑 구별이 안갔었다.
그 한 귀퉁이 겨우 마른곳을 찾는 일이 힘겨웠지.
곁에 있는 조금 깨끗하고 마른 아버지 수건에 슬쩍!
얼굴을 비비고 싶어도 그것만은 아무도 못했다.
딸만 8명이던 우리집에 아버지는 황제였거든?

지금도 나는 어디가서건 기념수건을 주면 사양하지 않는다.
집에 수건이 아주 많이 있건만 여전히 받아다 보관한다.
생필품이라서라기 보다는 어릴쩍 수건에 담긴 소원이
아직도 습관처럼 붙어 있어 귀중히 보이는 모양이다.

지금은 흔해 빠진게 수건이라지만 매일 아침 수건을 빨면서
걸레같은 수건에 얼굴을 닦고도 해맑게 웃었던
어린시절이었는데 일회용 수건쓰드시 수건을 쓰는
우리네 아이들의 아침은 왜 그리 고달퍼 보이는지

옛날이 좋아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이고 굳어간다는 이야기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