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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려야 할 여자


BY lsh1951 2003-01-16


*잃어버려야 할 <여자>*

-매우 춥다던 일기예보 와는 달리 껴안고 싶은만큼 따뜻한 오후이다.
계속 컨디션이 좋지않아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더니 모두 놀란다.
왜 그리 핼슥해 졌느냐" 그래도 참말로 이뻐졌네 " .
(오십줄 나이에 이뻐졌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ㅎㅎㅎ).
아무튼 달라보인다' 는 뜻 일것이다. 아니면 날 위로하는 말일까...

-그렇찮아도 요즘 난 거울을 보며 고목나무에 꽃이핀다'란 말을 생각하게 된다.
푸석푸석하고 매마르던 얼굴이 윤기가 나고 탄력을 잃어가던 피부가 살아나는 듯,
머리카락같이 늘어선 잔주름이 펴 졌다.화장도 잘 정돈이 된다.
건강이 좋아지면서 느끼는 현상이다.
이제 병원에서도 당신몸은 당신이 알아서 관리하라'는 의사선생님의 여유어린
말씀도 들었다.암이란 녀석을 더 이상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일 것 이다.
( 그녀석을 그리 두려워 하지도 않았지만 )난 이제 자유인 이란 해방감이 기분좋게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외롭다.
돌아보면 그리움이 너무 많다. 그저 흘러간 물이니 그리워하지 말자'하여도
너무 멀리온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제 건강을 회복하여 뭔가 할수있다' 생각하고 세상을 향해 손짓해도
아무도 바라봐 주지않는다, 돌아보니 너무 늙어버린 그루터기로 서 있는 내가 보인다. 너무 허탈하고 억울하다.
-어렸을때.
뙤약볕이 쨍쨍 내리고 목이 타들어가던 여름날 오후 야자수 그림이 시원스레 그려진 커다란 통을 자전거에 매단 아이스케키장사가
동네 어귀에 진입하여, 떡 버티고 서 있는 정자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확성기에 대고 파도치는 소리보다 시원하게 외친다.
"아이스케키요~!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케키!,자 늦으면 동이나서 못사요.
"자 얼마 안남았어요.빨리빨리 ~~!!!
확성기를 타고 울려오는 그 시원한 파도소리는 금방 신작로를 타고 마을 저체로 퍼져나간다. 그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케키가 먹고싶은 아이는 초조해 진다.
아이스케키가 순식간에 동나버리고 파도소리와 함께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엄니 빨리 돈줘유, 아이스케키 가버린당게유,
"이 작것아,돈이 워디있다구 그려.맨날오는 그 케키 사먹다 집안망혀,이것아...! .
"흐흥~`엄니 담부턴 안사먹을탱게 오늘만 줘유~~!
그럼 오늘이 마지막여,담에는 증말로 얄짤 ?졍怜?알었남~!
뙤약볕 흙먼지 풀풀나는 보리밭고랑에서 엄니의 뒤꽁무니에 쪼그리고 않아 칭얼대기를 두어시간.천신만고 끝에 쇠가죽보다 질긴 엄니의
고쟁이속에서 나온 땀내나는 지전을 받아쥐고 삽살개보다 빠르게
달려갔을 때는 이미 케키자전거는 저만치 신작로를 따라 빠져나가
가물거리는 그림자만 남은 뒤였다.
그때의 허탈하다 못해 땅을 칠만큼 억울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하리라....

-일원짜리 아이스케키 사먹었다구 집안 망할일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우리들의 어린시절은 그랬었다.
지금 난 그 억울함을 그때보다 더 뼛속깊이 느끼고 있다면 누가 이해할까...
난 그때 아이스케키의 달콤함보다 더 달콤함을 맛보고 싶은것이 많다.

규범을 지키며 사느라,못해본 것,
삶이 힘들어 하지못한 것 ,
건강을 잃으면서 포기한 것,등~~~
내가 살아있는 동안 경험해 보리라 '하고 떨치고 일어서보니, 이제 그것들을
하기에는 너무 많이 늙어 빈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게 아닌가....

건강을 잃기전 같이 하면 못할 일이 있을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 외에는 아무도 내가 뭘 해낼 수 있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다. 현실을 언제 깨닿을까?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난 요즈음 그걸 눈치채고 말았다
내가 <여자>란 것도 잃어버리라고 한다.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나이에 사랑은 무슨사랑,에구 유치찬란해라 "하며 멀미를 느낀다.
난 ,아직 여자다, 여자~여자,,,사랑을 할 수 있는 여자,!
난 이렇게< 여자>를 잃어버려야 하는게 억울하다 .

-고목나무에 새움이돋고 봄바람이 살짝 불어주기만 하면 꽃을 피울수 있을텐데
말이다...오늘밤 난 꽃을 피울 봉오리를 잉태하기 위해서 열심히 글을 쓴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지라도 더 나이들어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