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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사랑이야기


BY somjingang 2003-01-13

사랑하나.(아내에게 바치는 고물철탑 쌓는 할아버지)

사랑이 깊으면 생애 끝 저 너머 다음생에 까지도
닿는 것일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건
고물철탑을 쌓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보고나서 입니다.

죽은할머니를 위해 평생의 업을 쌓으며 살아가는
할아버지 얘기를 보던 날은 낮은 구름 틈에서  어슴푸레한 안개가 엷은 침묵이 켜켜이

쌓이는 듯 한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안개 낀 날씨처럼 서럽게 가라앉는 기분이었지요.

텔레비젼 화면은 눈이 내리고 추운 겨울날입니다.

그리고 수원의 어느 한 고물상에는
그날도 할아버지 한분이 힘들게 고물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가는 장면이 비춰졌습니다.
팔순에 가까워지는 나이,
그처럼 높은 고물철탑을 쌓기에는 너무나 왜소한 체구의 할아버지께
왜 그 어려운 일을 하시냐고 무람된 질문을 던졌던 기자도 나처럼 아마도 눈시울을 붉을 테지요.
평생 고생만 시키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마누라에게
바치는 탑이라고,,, 할아버지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 보다도,
하나하나 고물들을 망치로 부수고 눌러서 탑을 쌓기 좋게 만들던
그 손길과 합장하며 마치 할머니 살아계신양 탑을 향하여
공손하던 그 몸짓이 어찌 그리도 서럽고도 곱던지요...
사랑은 마주하는 것만도 아닌란 것을 그날 첨 알았네요..
돈이 없어서 뼛가루를 뿌린 강가에, 그것도 얼어버린 강가에
꽃한다발을 안고 걸어가는 그 발길이 어쩌면 그리도 안타깝고도
다정하던지요... 할머니가 그리워 직접 만들었다는 노래를
부르며 잠이 들던 할아버지 눈가에 눈물이 번지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수레에 모아온 고철덩이를
쌓기 좋게 다듬어 합장한번 올리고
3층건물 높이나 되는 고철덩이 위로 올라 가실테지요.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작고 보잘것 없는 사랑이, 그 사랑이라고 부르는 일이요...
새삼스럽게 그 작고 보잘것 없는 사랑이 가여워
오늘은 힘껏 안아보고 쓰다듬어 줍니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사랑 둘.(영화 \'죽어도 좋아\')

그러니까,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습니다.할머니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눈길과 손길과 발길을 따라가며 한없이 피어오르는
미소를 안고 영활 보았습니다.
.
할아버지의 그 열정적인 사랑앞에, 그 고운 마음앞에
젊으나 젊은 우리들의 사랑이 왜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던지요...
오랫만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할아버지의 멋진연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부부란 어떠해야 하는가,
사랑한다는건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오래오래 얘기했습니다.
할아버지의 할머니에게로 향한 사랑이 어찌나
강렬하던지요, 가히 충격적이었지요.
박감독님의 생각이었던가요, 아니면 정말 그런 일이 있으셨나요?
할머니가 집에 늦게 들어온날이요, 할머니를 찾아 그 속옷 바람으로
시장바닥을 뒤지며\'순예야\'를 외치던 모습...
그 장면이 참 재미있었어요. 안타깝기도 했구요. 그 마음을
헤아리니 마음엔 눈물이 어렸습니다만,...
하지만, 늦게 들어왔다고 삐지기 까지 하면 안되었어요.
할머닌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지 않나요?
그 마음 몰라주니 할머니가 그리 섧게 울밖에요..

가끔 여자는 그렇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잘해주어도
어딘가 허전해지는 마음과 함께 낯선환경속에서의 힘듬이
견딜수 없을 때가 있답니다.
그럴땐, 할머닌들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싶지 않았겠어요?
물론, 할머니를 기다리던 할아버지 마음을 모를리가 있나요?
다음날 감기몸살로 몸져 누운 할머니를 위해 부리나케 나가
약을 지어오시던 그 모습 감동적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밥 못잡숫는다고 토종닭을 구해와선 삼계탕을 끓여
할머니 입에 넣어주시던 모습ㅡ 아, 정말 부러웠답니다.
할아버지가 닭모가지를 비틀면서 하신말은 저를 조금
웃겼지만요.. \'꼬꼬야, 미안하다. 우리 마누래가 아퍼서 그러니
니가 좋은일좀 해라.\'고 하셨잖아요?
할머니가 너무 고마워서 눈물바람이셨던것 보고 마음이
어떠셨어요?
달력에 사랑을 나눈 횟수를 차근차근 표시하시더군요.
그러다 보니 한달 달력에 할아버지가 표시한 하트로 가득차버렸구요.
덥고 습한 여름날, 밖엔 비가 내리고 있던날요,
선풍기가 저 혼자 돌아가는데 할머니와 사랑을 나누시곤
달력에 \'낯거리(낮거리가 맞지 않나요?) 라고 쓰셨더군요.
낮거리라, 그런말이 있었지요. 어느 싯구에서 발견한 그말이
애잔하고 수줍게 다가와서 내가 얼굴이 붉어 졌답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에게 한글공부를 시키시며 회초리를
드시던 할아버지 모습,
창을 배우고 싶어하던 할아버지에게 판소리공부를 시키시던
할머니 모습이 너무 다정해서 질투가 다 날 정도였답니다.
그렇게 서로 서로 보완해주고 보듬어 주며 살아가는게
\'사랑\'인걸 몰랐던 마냥,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이 저에겐 새삼스러웠답니다.
두분이 커다란 다라이에 들어가 서로 씻겨주며
목욕을 함께 하던 장면을 보면서는 저도,
신혼때 그리하였던 대로 함께 목욕을 할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참 보기가 좋았어요.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너무 무리하진 마시구요*^^
몸은 늙었으나 마음은 \'홍한의청춘\'인 할아버지 할머니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젊은 부부들도 더 열심히 사랑하며
서로 아껴주고 입맞추며 그렇게 이쁘게 살아갈것을 약속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