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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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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러브 스토리!


BY 수련 2001-07-21

대구에 사는 언니가 오셨다.
우리딸은 엄마랑 이모랑 두 주책바가지가
만나면 지가 괴로울거라며 엄살을 떨었다.

나는 이모보다는 조금 낫다고 얘기하면
딸애는 막상막하라며 백화점에서도 주책부린다며
뒤에 뚝 떨어져서 따라다녔다.

언니는 작년에 환갑을, 올해는 진갑인 62살이다.
첫결혼은 아이를 낫지못하여 실패하고 아이 못낳는것이
한이 되었는지 자그만치 애가 5명이나 있는집에
재취로 가서 25년을 살았었다.
막내가 초등학교1년일때 들어가서
다 출가시키면서 '장한 어머니상'도 받았었지만
막상 형부가 7년전에 돌아가시자
막내만 자주 들여다볼뿐 다른 자식들은
뜸해지는것 같았다.

옛말에 남의 자식 애써 키워줘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꼭 맞다고 내가 얘기하면
그래도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일일이 자식들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챙기는게 늘 나는 못마땅해 했었다.

그런데, 지난 4월에 우리집에 왔을때
이야기를 멋적게 꺼내면서 혼자사는 형부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처럼 지낸다며
조금은 쑥쓰러워 했었다.
나는 남녀간에 무슨친구?
그러면서 '로멘스그레이' 인가 ?ㅎㅎㅎ 웃었다.
언니는 손을 내저어며 한사코 친구라고 했다.

이번에는 짖??게 나는 또 그 영감님이야기를 꺼내며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냐며 슬슬 캐물으니
그영감님은 지난달에 숫제 언니아파트 옆통로로 이사를 왔단다.
아들,며느리와 같이 살려니 눈치가 보여
힘들다며 아예 이참에 따로 나와 산다며
언제 아파트를 알아봤는지 기습적으로
이사를 왔다 했다.

그러고는 툭하면 전화로 해서
찌개를 끓이다가 뭘넣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오라하고, 등에 종기가 나서 약을 발라달라고
전화하고, 며느리가 맛있는 반찬을 해 왔다고
먹으러 오라하고....이런 저런 핑게꺼리를 만들어
놀러오란다며 얘기하는폼이 예사사이가 아닌것 같았다.

그 와중에 그 영감님 아들내외가 와서
자기 아버지와 같이 살면 안되겠냐고 정중히
말을 띄우길래 언니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단다.
그냥 친구로 지낼테니 두번다시 그런말은 꺼내지 말라고
했다니 졸지에 새로운 나이든 형부가 생길려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그냥 이웃하면서 서로 아픈데 긁어주며
나이들어가면서 가족들에게,남에게 흉잡히지 않고
살거라 했다. 노인학교에도 같이가고 아침산보도
같이 하면서 그렇게 늙어갈거라 한다.
그래도, 간간히 말하는중에 애정이 담긴듯한
표현들이 있어 나는 '언니, 다 늦게 연애하는거 아냐?'
'얘가 무슨소리하냐.이나이에 뭘 할수 있다고...'

백화점에서 옷살때도 자꾸만 화사한것을 고르는걸 보니
아마도 그 영감님에게 잘보이고 싶은 모양이다.
딸애와 나는 아무거나 입어도 젊어보인다면서
은근히 놀렸다.

처음에는 혹시라도 언니가 또 재혼할까봐
겁났었다. 형부의 병구완을 몇년이나 해내면서
힘든걸 봤었는데 그 나이에 언제 어찌 될지 모르는데
또 되풀이되는건 정말 싫었다. 다행히
언니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그 영감님과 친구이상은
안할테니 걱정말란다.
이러다가 수시로 전화해서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언니는 별 소릴 다한다며 고만 하란다.

사랑!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언니가 뜸해지는 전처자식들에게 서운해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늦지않게 새롭게, 즐겁게 남은 인생을
꾸려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