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거란 예고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어젯밤은
바람이 불고 몹씨도 추웠습니다.
게을렀더라면, 아니 좀더 주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런영화를 보지 못했을 그런 영화를 그속에서 발견했습니다.
들어보셨나요? '베로니카, 사랑의전설'...
영화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어떤 영화가 나오기에 앞서 우린 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게 되고 영화를 기다리곤 하지요!
하지만 '베로니카, 사랑의전설'이라는 다소 외설스런(?) 제목의 영화에 대해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었으니, 저의 무심함을
잠시 성찰이라도 해봐야 할까 봅니다.
결론은, 생각지 못한 좋은영화였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베로니카로 주연했던 배우는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브레이브하트'에서 멜깁슨의 아름다운아내역으로 잠깐 나왔던
(극중에서 너무 빨리 죽었으니) 그녀... 가 베로니카로
열연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중세의 이탈리아, 그것도 아름다운물의도시
'베니스'입니다.
베로니카는 여느 처녀들처럼 평범한 환경속에서 성장하지만
그녀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문학의 꿈을 키우기도 합니다.
중세... 여권'이라는 말이 탄생하지도 못했을 그시절,,, 베니스를
가로지르는 곤돌라엔 창녀들이 꽃분장을 하고 남자들의 넋을
빼놓습니다.
그런 모습을 엿보는 베로니카의 눈에 짝사랑하던 친구의 오빠,
'마르코'가 들어옵니다. 지체높은 집안의 촉망받는 아들인 '마르코'
도 이젠 어여쁜 아가씨로 성장한 '베로니카'를 발견하지요..
사랑에 빠진 베로니카는 사랑의 시를 짓고,
마르코는 곤돌라에 올라 사랑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그들의 사랑은 순탄한듯 보였지요..
베니스는 창녀들과 정숙한마누라만으로는 부족한 사내들의
분탕질로 어지러운데
백합꽃처럼 순결한 베로니카는 마르코를 향한 이쁜사랑만을
키웁니다. 하지만 지체가 높은 마르코의 집안이 그들의 사랑을
허락할리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베로니카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그 충격속에서 그녀의 어머니로 부터 창녀가 되라는 권고(?)를
받아 들이게 되지요.. 어머니가 창녀를 만들어 갑니다.
'정숙'과 '순종'을 강요받으며 한사람의 부인으로
사랑아닌 것을 선택하느니, 돈과 사랑과 자유를 선택하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권고를 그녀는 선택하게 되고,
보통의 여자라면 들어갈수 없는 국립도서관의 책들도
구경하고 요염하게 먹는법 걷는법과 노래하고 시를 짓는 법을
어머니로 부터 배웁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한때는 잘나가는
창녀였으니 어머니는 그녀의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줍니다.
백치미가 아닌 지적매력과 우아함으로 무장한 베로니카는 금새
베니스의 뭇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한편 정략결혼으로 아내를 맞이한 마르코는 창녀가 되어버린
베로니카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베로니카의 집엔 황금과 재물이 넘쳐나고(어머니의 바램대로)
끊임없이 연서가 날아듭니다.
하지만 이탈리아판 황진이, 베로니카는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뭇 창녀들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그녀는
베니스의 대신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조차 당당합니다.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던 마르코의 사촌과의 시대결에서는
문득 세익스피어의 싯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느정도의 자유를 얻었으니 이제 남자들과 동등해 지고 베로니카는
세상의 어느것도 걸릴게 없습니다.
하지만,칼싸움을 당당하게 치뤄내는 모습 뒷편엔 여자로서 나약함을
악을 쓰고 이겨내려는 그녀의 슬픈 의지는 어쩔수 없습니다.
마르코는 가슴이 아픕니다. 저 여자, 자신과 결혼해서 안락하고
평안하며 평범하게 살아갔을 수도 있는 저 여자가
겪어야 하는 인고의 세월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지요.. 자신의 첩이 되어서라도 같이 살자구요..
하지만 베로니카는 단호하게 'NO라고 자릅니다.
때는 투르크족이 로마를 함락하고 이탈리아를 침공하려는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베니스 국경까지 투르크족이 몰려옵니다. 마르코는 전장에 나가야
하고 베니스는 위기가 닥칩니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도움을 얻어야만
했으므로 호색한으로 소문난 프랑스 국왕 앙리를 베니스로
데려옵니다. 앙리 앞으로 베니스의 창녀들이 한줄로 늘어서 있는데
앙리는 굳이 뒷쪽에 사람들 틈에 서 있는 베로니카를 선택합니다.
그 한밤으로 프랑스의 군대의 파병이 판가름납니다.
물론,베로니카는 스스로를 변태라 칭한 프랑스국왕을 재치있게
상대하고 이탈리아는 프랑스군의 도움을 받아 전쟁에서 이깁니다.
하지만 전쟁은 수많은 상처를 남기는 법이지요.
남자들이 전쟁을 치루는 동안 베니스는 침울하게 변하고
전염병이 창궐합니다.
아름답던 항구도시 베니스 여기저기에 병으로 죽어가는 시체가
즐비하게 되자 광신도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창녀들이 병을 전염시킨다며 마녀재판을 엽니다.
창녀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화형식을 치루는 동안
베니스사람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마녀의 화형식에 휩쓸립니다.
마침 베니스로 돌아온 마르코는 베로니카가 걱정입니다.
어떻게든 구해보려 노력하지만 베로니카는 결국,
종교재판에 회부되고야 맙니다.
아시다시피 중세의 교회는 강력했으므로 베니스의회는
교회를 그대로 따를수 밖에 없습니다.
마르코는 베니스의회의 의원이었습니다만
사랑하는 여인이 마녀재판에 희생양이 되는걸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요...
회개할 기회를 주었던건 마르코의 적극적인 외침이라서
가능했지만 오로지 살수 있었던 회개의 기회를 베로니카는 자신의변으로대신합니다.
저는 그저 사랑을 많이 가졌으므로 그 사랑을 나누어 주었을
뿐이었음을... 결코 자신이 창녀임이 부끄럽지 않았을 뿐더러
여자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노라고 강변을 합니다.
자유로운 사고와 당당함이 저리 아름다울수 있구나,,생각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자신의 평생을 두고 사랑할수 밖에 없는 그녀를
마녀로 만들어 화형시킬수 없기에
마르코는 베니스의원직을 걸고 자신이 공범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녀를 거쳐간 많은 대신들과 남자들에게 공범임을 밝히라고
외치지요.
재판정을 금세 술렁입니다.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서있는 마르코는 그녀를 그렇게 잃어버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법정 여기저기서 공범임을 자청한 용기있는
남자들이 하나둘 일어섭니다.
베로니카의 자유가 실현되고
마르코와 베로니카는 뜨겁게 입맞춤을 합니다.
중세에 실제 있었던 한 고급창녀의 이야기 랍니다.
사랑의전설은 그래서 헤피엔드로 끝을 맺고, 아마도 베로니카와
마르코는 맺어질것 같은 행복한 느낌을 주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위로 곤돌라가 지나갈때마다
일렁이던 물결은 햇빛을 받아 황금물결로 반짝였습니다.
꽃으로 치장한 창녀들의 행렬위로 꽃잎이 뿌려지고
사교클럽의 실내는 자욱한 담배연기와 끈적이는 정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던 중세의 베니스를 멋지게 재연해낸
저리 괜찮은 영화가 어디 숨어 있었지, 싶은, 감독이 꽤나 정성을
들인 흔적을 의상에서 그리고 출연자들의 연기에서도 느낄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중세의 여인네들이 받았을 반인권적인 사회로 부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런 생각도 한번쯤 해보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