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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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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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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눈소식.


BY somjingang 2003-01-03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눈다운 눈이 내립니다.
아마 이른 아침 무렵이었을거예요,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펄/펄.. 하얗게 눈송이가 날리더군요.
작은 눈송이들이 상공을 빽빽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곧 세상은 하얗게 변해 갔지요...
아이들이 난립니다. 얼른 밖에 나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겠다구요...눈은 곧 동심, 이라는 공식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눈이 오는 날을 그렇게 고대하던 아이들... 그건 겨울이 시작되자
마자 시작된 본능과도 같은 기다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밖으로 보내놓고 저도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잎새를 다 떨구어서 잠시 세월을 놓고 동면을 하고 있는
겨울나무 사이로 하얗게 눈이 이불을 덮어 주고 있는 장면이
문득, 저에게도 동심의 세계를 잠깐 일깨워 주었습니다.
밤새 눈이 내려서 하얗게 변한 세상을 발견하던 아침의
그 설레임 같은 동심이 잠깐 저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습니다.

그런날, 눈이 하얗게 쌓여서 잠시 적막에 갇힌 듯한 날,
방학중이었는데 학교를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집에 책이 많이 없어서 책을 읽으러 학교도서관에
갔지 싶습니다.
일직중이시던 선생님이 도서관에 계셨습니다.
그리 크리 않던 도서관 중앙에 연탄난로가 한대 놓여 있었고,
그 위엔 누런 양은 주전자가 김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풍경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 옵니다.
교실과 책을 정리하고 계시던 선생님과, 그리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난로위의 주전자는 김을 내품고 있는 그런 풍경을
떠올리면 지금도 살폿 미소가 번지곤 합니다.

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듯한 그런 풍경속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선 나,,, 수줍은듯 인사를 건네고
조심스럽게 도서관 한켠으로 가 한권의 책을 꺼냈지만
한동안은 그 낯설은 공간에서 책속에 온전히 몰입할수 없었던 기억이
오늘 눈오는날 떠오릅니다.
그립게도 그리고 너무도 선명하게도 그 시절, 그겨울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직도 하얀 쌀가루 같은 눈발이 하염없이 날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이 소리내며 눈을 뭉쳐서 던지고 있을 테지요...
눈오는날... 동심이 그리운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