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지난 1차때보다 하루 축소된 2박3일 동안 진행된다. 남북은 이에 따라 이벤트성 행사를 줄이고 5차례, 약 9시간의 만남을 통해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남북 방문단은 도착 후 각각 숙소인 고려호텔과 롯데월드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후 4시쯤 단체상봉을 한다. 서울은 반포 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 홀’에서, 평양은 고려호텔에서 2시간 정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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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규와 결혼을 하기 전의 일이다...
일본 유학에의 원대한 꿈을 안고 열심히 쫓아다니던 일어학원으로 나를 만나러 온 병규는 집에가서 봐야 할 책이 있다며..만나자마자 서둘러 만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종용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30분을 계획하고 들른 찻집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병규왈...
"야.. 경아.. 우리 선배가 그러는데.. 나중에 결혼하고 애 낳으면 애밖에 안보인다더라... 마누라는 온데간데 없대..."
그러자... 질투의 화신인 내가...
"뭣이??? 그래서? 그래서? 너도 그럴래?"
그러자....
그 인간이 하는말....
"그래.. 인생이 그렇다는데 나라고 피해갈 도리 있겠어? 그냥 남들 하는대로 따라가야지..."
그러는거다....
"안돼.. 넌 그러면 안돼..."
그러며 내가 발을 동동구르자...그 인간은...대수롭지 않다는듯...
"그럼.. 너도 나는 쳐다보지도 말고.. 애만 좋아하면 되겠네.. 그럼 쌤쌤이잖아.."
그랬다...
인간이 해도해도 너무한다...
나는..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을했다...
"엄마.. 병규가 그런대...글쎄..."
그러자.. 엄마는...
"걱정할 필요읍다... 나도 너그 오빠하고 니 낳자마자 너그 아빠는 눈에도 안비더라... 여자가 본래 자식 생기면 더하대이.. 니는 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읍다..."
그러는거다...
그로부터 일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우리는 결혼을 하였고.. 우리 부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름다운 자태를 한 달이가 생겨났다.. 달이와 나는 매일 병규가 읍는 사이 누구도 감히 갈라놓지 못할 사랑의 만리장성을 쌓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엄마의 예언대로 나의 두 눈동자에는 달이의 모습만이 넘쳐 흐를뿐.. 어디에도 병규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
지난 금요일...
병규는 시험이 있다며.. 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부에 매진할것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나와 달이는 창녕에 있는 달이의 외가로 날아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 아빠가 수업이 있어 출근하면서..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의 상봉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안고 있던 달이를 보자.. 병규에게는 감당못할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리고는.. 부산스레 손을 씻고 돌아온 병규는 나에게 다섯살짜리 어린애처럼 마구 보채며...
"달이..조봐.. 달이..조봐...얼릉.."
그랬다...
달이가 나에게서 병규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약 오분이 흘렀을까?? 달이는 어느새 나에게로 옮겨와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인간은 티부이를 본다.. 목욕을 한다.. 열심히 딴청이다..
요즘.. 엊그저께는 이산가족이 2차로 상봉하였다... 수십년간 분단의 아픔속에 그리움을 삭히며 살아온 이들이 속속 부모형제를 만나고.. 배우자와 자식들을 만난다...
오늘 아침 병규는 다시 직장으로 향하고 나와 달이는 덩그렇게 남겨졌다..이제 내일이면 또 엄마와 아빠가 와서 나와 달이를 데리고 창녕으로 갈 것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다시 일주일을 보내야 만나게 될 것이다..
잠깐의 만남..그리고 그 후에 따르는 오랜 이별...
하지만... 나와 병규에게 그리고 우리의 달이에게 그랬듯이 이산가족들에게 이 잠깐의 만남이 한맺힌 삶을 이어갈 작은 원동력이 되기를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