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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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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보물


BY 라니안 2000-12-05


85 년에 결혼한 나는 지금껏 가계부를 써 오고 있다.

매년 월초의 또박또박 정성껏 써내려가던 가계부는

12 월이 가까와 올수록 점점 글씨가 바람에 나부끼며 겨우 가계부의 면모를 갖추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래도 15권의 가계부 속에는 갖가지 사연들이 숨어있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다.

가끔씩 삶이 단조롭거나 힘들고 우울할때 가계부를 펼쳐본다.

그속엔

신혼초의 어설프고 순박했던 마음과

내집장만 할때까지의 궁핍과 고단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또 내집장만후의 조금 여유로와진 삶의 모습이 보이고

이젠 큼직큼직한 두녀석의 교육비와 먹거리로 또다시 휘청거리는 가계부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해인가는 가계부에다 토막일기를 쓴적도 있어 다시금 그 일기를 읽어보며 살며시 미소지을수 있어 참 좋다.

" 아 ~~ 그때 그랬었구나 ..... "

" 맞아맞아 ~~ 이런일도 있었네 .... "

궁시렁궁시렁 혼잣말을 내뱉으며 지난 추억을 되새겨본다.

또 어느해인가는 일기처럼 자주 요리법을 적어놓기도 한적이 있어 다시금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의 맛을 기억하며 요리를 해보기도 한다.

어느해인가는 신랑이 10시 넘어 온날은 몇시에 퇴근했나 적어본적도 있다.

' 나 , 되게 할일없었네 ~~ ' 하며 혼자 웃어보기도 한다.

여행을 가거나 반가운 손님이 왔던날 , 새 가구를 장만한날 , 아이들의 학교행사, 신랑의 출장, 김장한날 , 이사한날 .......

모든일이 다 들어있는 나의 가계부...

벌써 12 월이다.

이제 서서히 올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계획하며 가계부의 마지막 손질을 가할때가 왔다.

IMF 다 뭐다 해서 올한해는 나라안팎이 힘들었고 우리 가계도 힘들었다.

내년엔 다시금 여유로운 삶이되길 기원하며 지난세월을 되새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