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0

살며 생각하며 (47)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오!


BY 남상순 2002-12-29

만약 당신에게 누가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오!"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섭다는 것이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것입니다. 정말 무서울때는 무섭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요?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요!" 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무섭지 않다는 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내 정황에서 한번 생각하며 새겨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듣는 쪽에서 어떤 기분일까요?
유쾌할까요? 기분이 좋을까요? 만족할까요?

내 경우는 먼저 아찔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로군!"
나의 인격적 단점을 완곡하게 지적하려는 뜻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떤때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다"라고 당사자에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말속에 함축된 경고는 무엇일까요?

"당신은 편한 사람이 못됩니다."
"당신은 기습적으로 곤경에 처하게 할까 조심스럽습니다."
"당신은 저의를 품거나 한자락 깔고 사람을 대하므로 보복이나
위해가 두렵습니다." 등의 의미가 들어 있을까요?

내 경우 사람이 무서울 때는 두가지 경우입니다.

그가 항상 옳아서 감히 부족한 내가 그 앞에서는 삼가 조심스럽고
옳지 못함이 드러날까 두려울 때입니다. 심히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무섭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언젠가 뒤집혀서
원수가 되어 폭로한다면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하므로
약점을 많이 가진 나로서는 두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두 경우가 내게는 무서운 사람에 해당하는데
이때 "당신이 무섭소!"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첫번 경우는 정말 그 그릇이 크고 존경스러운데 감히
"당신이 무섭소!" 라는 경박함으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 경우는 약점을 폭로할까 무섭소! 라고 말할만큼
자존심을 헌신짝처럼 버리기가 싫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무섭다고 내 앞에서 표현한 사람은 그릇이 크거나
존경스럽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자명합니다.
내가 그런 재목도 못될 뿐더러 내 앞에서
"당신이 무섭소!" 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 그렇습니다.

물론 둘째 경우라면 상당히 경멸하는 태도입니다.
넌 언젠가 나의 약점을 폭로할 사람이고 너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서 부담스럽다는 뜻이 됩니다.
졸지에 비겁한 사람취급을 하고 있으므로 그러합니다.

더구나 편한사람, 만만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식견을 갖은
사람에게서 "당신은 무섭소!" 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별로 좋은 사람은 못되오!" 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더구나...나와 별 교제도 없던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무섭소!" 라고 말했다면 나의 품성에 대한 공공연한
충고라고 받아야 옳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좋은게 좋은것이니 좋게 생각하자
수 없이 마음먹어도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오!"라는 말에 대해서
나는 이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인격수양을 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 평생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은 "똑똑한 사람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얼마나 내가 그 말이 듣기 싫었으면 "어진수니"가 되고 싶었겠습니까?
내 아이디를 "어진수니"로 하이텔에서 오랜동안 사용했습니다.

이제는 똑똑한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않습니다.
고장난 시계처럼 똑똑하기는커녕 바보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생애에서 "무서운 사람이오"란 말을 이왕 들었으니
"무서운 사람"이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진리에 대해선 타협할 줄 모르고
영적 분별력이 탁월해서 옥석을 가릴 수 있고
누구에게든 감히 위엄을 갖춘 세월의 카리스마를 갖고 싶습니다.

얼마나 인격수양이 되고 신령한 영성의 소유자가 되면
감히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가요?

게다가 많은 사람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서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 억울함 깊은 마음들을 내게 털어놓았다는 뜻이고
그것들을 깊이 무덤까지 간직하고 갈 수 있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 그 섬짓하고, 불쾌하고, 아찔하고 내게 깊은 상처를 준
그 말이 내게 오늘 깊은 영적인 메시지가 될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소!

하지만 너무도 우스운 부스러기 취급을 받아
대 놓고 "당신은 무서운 사람"이라는 그 말은 사양합니다.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는 것은 "무서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