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모든것들이 다 사라져버린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이렇게 생각없이 또는 골똘한 생각만으로 져 버리는 모든 사람들, 시간들, 일들 이 모두가 내게서 과거로 사라져 가는 환상들이 자꾸 오버랩된다. 휴, 한숨섞인 비장함과 내 몸에서 아직도 빌붙어있는 이 염증들과 가슴속에 응어리진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몸도 마음도 안맞는 사람들과 식구로 얽혀 살아야 되는 한심함과 때론 이혼하고픈 간절함과 이 모든 것들이 내 주위에서 나를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 난 애증과 고통과 서글픔과 분노속에 살아왔나. 선택이라는거 그 앞에서 난 아무런 특권도 누림없이 전속력으로 질주했었다. 모든게 그땐 귀찮아서. 그런데 지금은 주사위를 굴리며 산다. 더 싼것, 더 이로운것, 더 편한것, 더 쉬운것.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몹시도 궁금해졌다. 내 염증나는 삶이 지겨워서 특별히 사람이 그립기도 했다. 따뜻한 언사를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저들은 저렇게 공유하며 사는구나. 나를 꿰뚫고 가는 예리함에 멍해졌다. 내가 부딪히며 우왕좌왕 하고 있었을때 저 사람은 밤을 낮처럼 밝히며 꿈을 키웠겠구나. 그래서 닮고 싶어졌다. 나도 저들처럼.
피곤이 눈가에 몰려온다. 졸립기도 하고 안구에 통증이 느껴진다. 내 육신은 쉴곳이 없구나. 편안함으로 안을 수 있는 친구도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난 너무 많은 시간을 동굴속에서 보내왔었나 보다. 횡한 것은 내 몸과 마음뿐이 아니었고 집안 구석구석 모두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내게 찾아올 행운을. 내가 지금 막 접어든 길로 한참동안 난 걸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인연속에 있는 날 발견할 수 있겠지.
오늘은 아린 가슴을 안고 잘 견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