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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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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BY 남상순 2000-12-04


오늘 아침은 56번째 맞는 저의 생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기도 마치고 남편은 푸른초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막대기 들고...
해마다 비슷한 생일아침 풍경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아주 색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첫째로 남편이 늘 축복기도를 해주는게 생일풍속도였는데
남편 없는 생일 아침을 맞아보긴 아주 오랫만입니다.
가장 힘겨운 날엔 셈베(과자이름) 500원어치를 사다 놓고
두손을 마주 잡고 뜨겁게 기도해 주었던 날이 스쳐갑니다.

실은 아내 생일이라고 오늘은 약속을 하지 않을려고 하는 눈치기에
먼저 제가 선수를 쳤지요.
아내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아니 아내의 관이 옆을 지나가면 정중히 고개숙여
"잘 가시오" 하고 다시 시작(?) 한다는데...
하물며 생일 쯤이야! 라고 했더니 많이 웃더군요.
안심하고 다녀오라고 했죠.
섭섭하면 저녁에 맛있는 것 사달라면서!

둘째로는 이현이가 축하해 주는 생일을 맞이한 점입니다.
잘 자는 아이를 수진이가 깨워서 식탁에 앉혀놓고
케익에서 촛불을 켰다 껐다 하니
어리둥절한 이현이는 덩달아 작은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아직도 덜 깬 잠에서 오동통한 볼을 드러내고 생긋 웃었습니다.
할머니가 된 후 첫번째 맞는 생일!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며느리가 웃음거리를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젯밤에 미역을 분명히 담궈 놓았는데
그만 그것이 다시마 였던 것입니다.
아침에 다시 급하게 장각(미역)을 불려서 국을 끓여주느라
놀라고 애를 먹었던 모양입니다.
즐겁게 웃으며 맛있는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방금 부대에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군요.
너무나 급하게 이동하면서 잠시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어머니 생신축하드립니다"
"오! 고맙다 수진이 바꾸랴?"
"전화 바꿀 새가 없습니다."
한결 돋보이는 아들의 효심이 기특했습니다.

엊저녁 사랑하는 보디가드들이 전화를 했더군요.
"언니! 생일이지?"
"할 일두 없다. 집안 식구들 챙기기도 힘든데...
난 너희들 생일 모르는데 웬 극성이야?"
진심으로 사랑스런 보디가드들을 둔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생일이 축하 받을 날일까?
한살씩 더해가면서 왜 축하를 받아야 할까?

신앙적으로는
신랑맞을 준비가 되고
그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일까?

세상적 관점에선 나이들어가는게
20대 성년이 될 때 까지야 축하 받을 일이지만,
50넘어 한해 한해 늙어가는 것이 축하 받을 일일까?
나이들어 생일을 맞이할 때 마다
썰렁한 초조함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