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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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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6


BY 후리지아 2001-07-18

힘들고 어려워도 잠깐씩은 하늘도 볼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하는데...
1993년 12월엔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제게 시련이 왔습니다.

큰아이가 몇일전부터 다리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동네 피부과를 데려가 보았습니다. 몇일 두고 보자는
말만합니다. 그 몇일이 지났는데 다리에서 허벅지로 물집이
번지고 있습니다. 큰아일 데리고 종합병원으로 향합니다.
검사란 검사는 모조리 한다음 이틀을 기다려 결과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알레르기성 혈관염" 이라는 이상한 병명을 말합니다.
살면서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병명입니다.
정확한 병명이 없으면 신경성이니, 알레르기성이니 하는 의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입니다.
"이병은 움직이면 안?求求? 학교도 보내지 마시고, 집에서도
누워있게만 하십시요, 심해지면 급성신장염이 오게되며 물집이
허리까지 번지면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위험하니까요.
일주일 후에 외래로 진료 나오십시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며 웃음이 났습니다.
정말 이상하단 생각을 하며...

다행한 것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지요.
담임선생님께 진단서와 결석계를 제출하고, 아이를 지킵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어느날 부터 남편이 어깨가 결린다고 합니다.
매일 파스를 사들고 옵니다.
또 어느날 부터는 혈변을 본다고 합니다.
심각한 생각이 들었는지 병원을 가자고 합니다.
검사날짜를 받고, 3리터나 되는 물병을 받아들고 옵니다.
검사전날 장청소를 위해 마셔야 한다고...
전날밤...남편은 변기에 앉아있고, 전 10분에 한컵씩 가져다
마시게 합니다. 밤이 새도록 변기에 앉아 고생하는 남편을...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큰아이를... 작은아이를 보면서
전 울 수도 없었습니다. 너무나 기가막혀서...

남편은 검사를 받았고, 12월 마지막날이 결과를 보는 날입니다.
전 빌었습니다. 제발...마지막날에 모든것을 마감하고,
새로운날을 시작하게 하소서...

진료가 이른 시간이였습니다.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데...남편은 무서워서 못들어 가겠다고
주춤거립니다. 우리를 맞이한 담당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직장암 입니다. 수술을 하셔야 하니 외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말이 다였습니다. 물론 직업상 사무적으로
이야길 하겠지만 서운했습니다. 뭐라 위로 한마디 해 주었으면...
외과로 가 담당의사 면담후 병실이 없으니 연락 갈때까지
기라리랍니다. 세상에! 암이라며, 암은 진행속도가 빨라 수술을
빨리해야 할텐데... 마른침을 삼키며 예약표를 받아들고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남편은 말합니다.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니!" "당신이 왜 재수가 없어요!
내가 재수가 없는거지."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남편은 말합니다. 외과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병원에 가더라도 새해 연휴가 있으니 4일이나 되어야 합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큰아이를 보며 가슴이
아려옵니다. 작은아이는 아빠,엄마의 얼굴을 살피며 직감으로
안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욕실로 들어갑니다. 세면대,샤워기,변기,세탁기의 수도꼭지를
모조리 틉니다. 그리고 통곡을 했습니다.
가슴속의 눈물을 모두 토해내고 싶어서...울고 또 울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 순례를 시작합니다.
남편은 이병원은 이게 맘에 않들고, 저병원은 저래서 싫고...
계속 투정을 부립니다. 그렇겠지요! 암이라 하니 겁도나고
자식들 걱정도 되었을 것이고...그래도 전 남편의 투정을
모두 받아주었습니다. 화낼 기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구요.

대장항문외과의 권위자가 계시다는 서대문의 모병원으로 결정을
합니다. 아직은 움직이면 안돼는 큰아이와 늘 코피와 빈혈로
고생하는 작은아이를 막내오빠 내외가 오셔서 봐 주시기로 합니다.
막내오빠 내외에게는 자식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였습니다.
몇일이 걸릴지 모르는 남편의 입원과 수술을 위해 준비를 합니다.
먼저 미용실엘 갑니다. 긴생머리를 조금 자르고 퍼머를 합니다.
병원에 오래 있을려면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할터이니 묶고 있는것이
편할 것 같아서지요...

입원날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들어가고, 다시 검사가 시작되고
수술 날짜가 잡아집니다. 94년 1월18일...
수술전날 보호자가 서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호출을 합니다.
....이 환자의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성기능 장애가 올 수도 있고, 수술 후 회복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등등 을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모든것을 보호자 자필로 작성하라 합니다.
불러주는 대로 쓰는데, 손이 떨립니다.
식은땀이 흐릅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수술날 새벽 대중탕엘 다녀옵니다.
말끔한 모습으로 남편을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싶어서...
아침 8시에 시작한 수술이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끝났다고,
보호자를 호출합니다.
들어가니 집도의가 인사를 합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다행히 조기발견이라
항암제투여 여섯번을 요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없을 것이며
먹는 항암제와 병행을 할 것입니다.
암부위가 항문과 가깝지 않아서 인공항문은 내지 않았고
정상인과 같은 방법으로 배설을 하게됩니다. 이것이 남편분
암 부위입니다."
의사가 들어보인 손바닥만한 직장부위에 자주색 방울들이
대롱거리며 오백원짜리 동전만큼 달려 있습니다.
...암덩어리 색깔이 저렇게 이쁘구나!...

산다는 것은...
고해와 같다더니 맞는 말 같습니다.
전 괜스레 부끄러워 졌습니다, 제가 겪고있는 시련들이...
그래도 살아야 하는것이 인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