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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8

백화점 카드


BY 아리 2002-12-23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큰 아이와 옷을 사러 나섰다

학교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실재로

사복이란 게 별로 필요 없었던

큰 애에게 마땅한 잠바 하나가 없었다

이리 저리 사러 돌아다니기 그렇고 해서

소위 백화점이란 델

작정하고 나섰다

평소 백화점 출입을 할 이유도 없고

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축도 아니니 내겐 백화점 카드란 없다

단지 카드라곤 비씨 카드 하나 이걸로 모든 걸

대신 했다


물건을 구입하는데

백화점 카드가 있다면

5%의 할인이 가능하다는데

그 카드라는 걸 새로 만들어야 했다 ???

--내겐 그 백화점 카드라는 게 무소용 무가치한 거라는

그 확신을 버려야 했다

5%가 어디인가

20원 짜리 비닐봉지도 모아두었다가 바꾸어 올 참인데 ..


카드를 만들러 갔을 때

비로서 이 대한민국의 아줌마로서

나를 대표할 재산세명세서도

직장도 직위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울 좋은 남편의 이름이 세대주로 가장으로

그리고 내카드의 진짜 주인?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가정경제를 내 손안에 쥐고

살림을 도맡아 해 온 내게

그 어떤 권리도 주어지지 못하고

다만 남편의 직장이나 직위

그리고 재산정도 ...ㅡ그런 것들이 내 울타리로서

당당한 권리와 자격으로 내세워지는게 아닌가

진정한 나의 가치는 아예 값으로도

외형으로도 평가받지 못한 그대로


그저 나는 그 옆에 달린 너풀거리는 끈이나

리본이나 장식에 불과한 인상이 역력했다

더욱 웃기는 것은

내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크으 ....

물론 백화점으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이 세태에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 주체적 자아로서

한 집안의 주부로서

나가서 카드 한장 개인의 능력으로 받을 정도의 신용이 확보 되지

못해있다 ...크으 ..허탈감 ...


우여곡절 끝에 내 이름으로 마련한 주택이 생각났다

그래 이 카드를 만들때

개인의 재산세 증명이 필요하다는데

"내 이름으로 등록된 집이 있는데도요 ...<<<"

"아 네 ..그런 식으로 설명을 드리면 다른 분들이 헷갈리시길래 ..

머뭇 머뭇

그들은 놀란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아줌마 이름을 집을 가지고 있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마치 어떤 부정한 돈들이 장난을 친거라고 생각해 버리기 일쑤인


난 내 이름의 집을 가진 당당한 여자이다

겨우 남편의 울타리를 빌어서 카드를 만들어야만

하는 사람은 적어도 아니다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유 곡절도 없이

그리고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반적으로 우리 아줌마들은 아내들은 그리하다는 것이다

새삼 자기 이름의 사업체를 가지고

자기이름을 내세운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일하는 여성이 부러운 건 말해 무엇하리오


내 자격의 내 카드를 가지고 싶다



결국은 남편과 통화를 하고

--남편의 허락을 받고

남편의 확인을 받고

그리고 카드가 발급 되었다

허탈함 ....

...

그래 나는 이렇게 작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한 여자로서

그의 이름으로 둘러싸인 카드를 만들어야하는

지금까지 ...

잃어 버린 내 이름

잃어버린 내 위치 그리고 내 직장

내 자리를 찾고 싶다 ..

당당하게 신용있는 ..


온통 백화점을 안을 메우고 있는

이 많은 사람 속에

유난한 허탈감과 고독감을 느껴야만 했다

나 자신의 상실감이 주는 씁쓸함으로

이제 나는 나의 주체적 이름을 찾아

나의 재산세 증명을 들고 다니고 싶다 ..

나도 이시대에 열심히 일하고

그 퇴직금을 받았으며

그리고 그 돈의 일부를 합해서 내집을 장만했다고 ...

이렇게 나도 서 있고 싶다고

외치고 싶다말이다

남편의 이름밑에 달린 작은 이름이 아닌

나의 주체적 자아가 있는 당당한 내 이름이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