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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씨 마음이 이쁜애기다


BY 어진방울 2000-12-01



-- 옥자씨 마음이 이쁜애기다 --




반백인 머리를 보면 오십대로 보이고
거구를 뒤뚱거리며 걷는 뒷모습은 사십대로 보이지만
웃는 얼굴은 아직 소녀고
아파할 때 어린양은 여직 꼬마다

항시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서러워하는 옥자씨는
언제나 냄새가난다
사시사철 씻지 않고 갈아입지 않는 이에게서 나는 묵은 냄새다

여름이면 나아질까 했지만
여전한 옥자씨는 눈꼽이 낀다
어쩔 땐 물수건으로 문질러도 떼어지지 않는 눈꼽이다

지난번에 준 머릿수건은 한 번도 빨지않고 땟물에 절어있는데
이삐야 나 수건 주라 한다
꼭 때절은 수건 위에다 덮어쒸워 묶어주란다

너무 껴입어 청진기를 댈래도
주사를 맞으려도
그냥 내리고 올리는 것만도 시간이 걸린다

씻으라고 면박을 줘도 표정하나 움쩍않고
냄새나면 치료해주지 않겠다는 엄포에도 할테면 해 봐란 듯
웃기만한다

내가 안 보이면 찾는다
이삐야 나 아퍼 하고 싶어서...
어디가 아파요 하고 물으면
금새 우는 얼굴로 여기 여기 들이밀며
어린양하는 얼굴이 희극적일만큼 청순하다

손을 대 만져만 줘도
아~ 다 낫었다
안 아프다 다 낫었다 뒤뚱이며 뛴다

요사이 제일 흔하고 맛있는 감을
조금만 먹으라는 말이
충격으로 오는지 어리둥절해 했다

옥자씨 집 앞마당 아름드리 감나무가 찢어지던데
나처럼 감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변비가 안되는 체질이었으면 좋을걸...

길에서 만나면 겅중거리며 재게 와서는 이삐야 어디가
손잡고 부빈다
박하사탕 사달라고

썩어 떨어져나간 위아랫니 다 드러내며 깔깔대며 와서는
검은 비닐봉지를 목에 두르고 다니니
모두다 뭐야? 왜 그래? 하며 묻는다며
그게 그리 재미있고 신이 났는지
숨 차 쌕쌕이면서 더듬대며 설명하는 옥자씨 웃음이 싱그러웠다

불쭉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검정 비닐봉지에
속도 익지 않은 채로 튀기다 말았는지
기름 흥건하게 흐르는걸 다섯덩이 담아와서 디밀고 가고

어디서 났는지 똑딱 동전지갑 주고간다
토마토도 고구마도 설익고 덜자란 조그맣고 풋진 것
하나 아님 두 개다

어느때는 풋 꽈리 몇개를 들고 오고
여물지도 않아 손가락 만한 옥수수를 수건에 말아와선
맛있어 삶아먹어 한다

어느 밭에 쪼그리고 앉았다 떨어져서 버린걸 주워왔거나
얻어왔을 열매들을
소중하게 싸들고 오는 옥자씨 마음이 이삐다

오늘은 이삐 주는거라며 꼬마 구슬가방을 주고갔다
내 나이가 세 살이래면
어깨에 메고 깡총이며 좋아할까

아니다 내 나이가 마흔 셋이래도 여든 셋이래도
지폐 한 장 동전 두잎 넣으면 꽉 찰것같은
너무 이쁜 어깨걸이 구슬백은
옥자씨가 준거라 너무 좋다

이삐 줄려고 산거라며 먼지가 탱탱낀 봉지 두 개 내밀고도 갔다
꺼내보니 산발한 여자인형 두 개
머리를 묶어주니 제법 예쁜인형 아닌가

자신에게 대단하고 소중한 것을 나누어 주는 마음을 갖은
옥자씨 마음이 더욱 귀하다

만지면 손이 까매질 듯 땟국절은 옷으로도 당당한 옥자씨의
편한 마음이 부럽다

천원짜리 박하사탕 하나면 부러울게 없고
이천원짜리 선인장 화분 하나에 숨넘어 갈 듯 고마워하는 마음은
복받은 심성이다

옥자씨에게 더욱 이쁘고 대단해 보였을 구슬지갑이며 인형들을
선물할 줄 아는 마음에 경의를 표한다

지금 나는
양손에 인형들고
젖가슴 밑에 달랑이는 구슬백 둘러메고
신바람 마음으로 흥분하고있다

옥자씨 마음이 이쁜애기다
고마워요 옥자씨




-- 어진방울 --